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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역사적 망각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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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힐러리 클린턴(민주.뉴욕주.사진(左)) 상원의원이 25일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 망각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관한 버웰 벨((右)) 주한미군 사령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지금 한.미 관계는 인식의 부족 등으로 역사적 망각 상태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는 지금 매우 중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의원은 "한.미 관계가 이렇게 변한 것은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쏟은 노력을 한국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은 한.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겨냥한 힐러리 의원의 비판은 한국 내의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등 최근의 한.미 관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힐러리가 언급한 '역사적 망각상태'는 공화당의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 위원장이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이 나왔을 때 썼던 표현이다. 힐러리는 그러나 한.미 관계가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힐러리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이젠 공화당을 넘어 민주당에서도 표출될 만큼 양국 관계가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계속함으로써 동북아 지역과 전 세계 안보에 다양한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평화의 잠재적 분열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은 아주 치명적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은 응전태세를 완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4위 규모의 군대를 지닌 북한이 군을 휴전선 지역에 전진 배치한 것은 한국의 안보와 지역 안정에 확실히 위협적"이라며 "북한군의 능력은 확실한 위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 지명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한 데 이어 일본과 일본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다단계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검증하는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중대한 이해가 걸린 사안이지만 문제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 "앞으로 지휘체계가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한.미 양측은 군사적인 역량을 통일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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