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배우는 일반인 부쩍늘어|각단체 수화교실정원 크게 웃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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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손짓·몸짓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수화를 배우려는 일반인들이 급격히 늘어나 수화교실이 대성황을 이루고있다.
오는9월8일 처음 문을 여는 서울YWCA 수화교실의 경우 모집 첫날인 지난l일 당초의 정원이던 1백명을 모두 채우고도 배우겠다는 주문이 쇄도, 10월말 개설예정으로 저녁반 1백50명을 추가로 접수했으며, 16일부터 제2기 수강생을 접수한 서울YMCA 수화교실 역시 신청러시로 당초 80명 정원이던 것을 1백50명으로 대폭 증원시킨 실정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들의 언어인 수화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23일 YMCA에서 수화교실을 개설하면서 부터.
종래 한국농아복지회등 농아관계기관이나 경동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에서 수화를 가르쳐왔으나 이들 기관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의 접촉이 별로 없었던 상태.
그러던 차에 YMCA가 언어장벽으로 인한 농아들과 정상인간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 수화를 널리 보급, 보다 많은 이들이 수화를 배워 농아세계를 이해하여 「농아와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목적으로 1일2시간씩 주1회 15주 과정의 수화교실을 정규프로그램으로 채택하게 된것.
이어 YWCA에서도 기왕의 점자교실과 함께 수화교실도 마련해 달라는 농아복지회측의 요청과 지난 여름방학 어린이 캠프에 농아를 초대, 대화만 통하면 정상적인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위한 수화통역자 양성을 목적으로 1일2시간 주2회 3개월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수화교실은 먼저 한글지화, 숫자지화를 익힌 다음 흔히 쓰이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가족에 관계되는 것, 자연과 관계되는 것, 교통수단, 관공서등으로 세분하여 배워 나간다.
이 과정을 마치면 단어를 나열하여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게 된다는 것.
이미 제1기생을 배출한 YMCA는 수료생중 30명을 뽑아 본격전인 통역자양성을 위한 주1회 2년과정의 중급반을 오는9월8일부터 개설, 관념적 단어를 통한 토론까지도 가능케 할 계획으로 있다.
수화를 배우러 오는 이들의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라는 게 관계자의 얘기. YWCA의 경우 주부와 직장인등 일반 청년이 수강생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으며 YMCA 역시 직장남녀와 여대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YMCA 사회개발부 김성옹씨는 『수화를 배우려는 이들의 대부분이 호기심과 농아자들과 친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동기』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20%정도가 농아가족등 당장 수화가 필요해서 찾아오는 이들이라는 것. 따라서 이들 기관이 목적으로 하는 정상인과 농아자의 징검다리는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지난 6월30일로 제1기수료생을 배출한 바 있는 YMCA의 경우 처음 참가인원은 2백30명 이었으나 끝까지 배운사람은 1백20명에 불과, 중도 탈락률이 약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 해준다.
또하나의 문제는 수화의 바른 정착이 안돼있다는 것.
서울 YWCA프로그램부 최수자간사는 『대학생들의 은어로 수화가 등장, 보편화됨에 따라 바른 수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꾸며낸 수화라든지, 설익힌 수화를 장난삼아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오히려 수화에 「사투리」가 난무하게 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것.
김씨는 『모처럼 수화붐을 통해 농아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일선에서 직접 농아자들을 대하는 의료기관 법조 관공서등 직업별로 배우는 이들을 세분하여 가르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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