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원의 한일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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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과 내일 이틀동안 동경서 열리는 한일각료회의는지난1월 두나라 수뇌들이 전격적으로 만나 「한일관계 새시대의 개막」을 다짐한 후의 일이기 때문에 그 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을 수 없다.
65년 두나라 국교가 정상화된 이래한일각료회의는 열두번깨 열리지만회의는 번번이 한일기본조약의 정신에 따른 상호 의존과 수평적인 협력관계의 모델에합의하는데실패했다.
일본은 한일간의 건전한 협력관계가 두나라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크게이바지한다는 원칙에는 선선히 동의하면서도 일본의 대북한관계,한일간무역불균형,대한산업기술의 이전,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같은 구체적인문제에 가서는 근시안적인 실리를 좇기에 급급하여 두나라 협력이 보장할큰 이익을 외면하여 왔다.
경협문제를 놓고 보면 그것은 좀더차원을 높여가야한다는것이 한국측의생각이다.
종전의 상품교역·자본협력의 범위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기술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것이다.
지난1월 한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산업기술협력의 추진」이 들어간것을 의례적인 문구로 해석할수만은 없는 일이다.
구체적인 기술협력의 실현이 뒤따라야만 한일수뇌회담의 정신이 살아난다.
한국은 민간경제협력회담, 5월의 무역회담에서도 이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은 「기술이전」과 「개발협력」으로 경제협력의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민간기업이 특정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단순한 기술이전이 아니라 양국정부간의 기술협력합의문서교환,한일기술합작회사설립등을 제안하고있고로보트·반도체등 50개항목의 첨단기술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본은 기술이전은 민간기업 사이의 문제이며 이른바 「부머랭효과」 를 들어될수록 회피하려는 자세로 일관하고있다.
「부머랭효과」의 예라고 일본이 크게 떠들었던 철강재의 한일교역믈 보자. 82년중 한국은 일본에 철강재1백70만t,5억달러를 수출한데 비해 일본은 1백49만t,6억달러를한국에 수출했다.
일본은 훨씬 고가인 고가공품을만들고 있고 한국은 일반제품을 만들고있어「부머랭효과」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일본철강업계가 드디어 포항제철의광양만 제2제철건설에 기술협력키로한것은 양국의 산업보완 관계를 설명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이는 한일간의 무역역조를 보상하는 지름길이기도하다.
한국이 66년부터 82년까지 대일무역에서 3백37억달러의 적자를 내었고 이 액수가 한국무역적자 총액의 70%에 이른다는것은 다아는 얘기다.「부머랭효과」의 피해망상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일무역 적자누증은무엇을 말하는가.
일본에서 이미 상품화된 기술이전에마저 인색하다는것은 두나라의 공동번영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않는다.
경협과 기술이전문제가 한일협력관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일새시대 개막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되지않는다.
일본이 한반도주변정세와 남북한의균형을 무시하면서 근년들어 일부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을 앞세워 북한과의 교류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다.지난주의 외상회담에서 일본은 대북한접촉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것은 다행한 일이다.그러나 일본이 약속을지키지 않으면 애당초 약속하지 않은것만 못하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그밖에도 시대착오적인 지문채취,연금법의 국적조항,지방자치단체 공무원채용에서의 차별등으로 재일한국인들에게 갖가지 법적·행정적·사회적인 차별이 가해지고 있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는 한일우호협력관계는 실현되지 않을것이다.
사할린동포의 귀환문제도 일본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소련과 교섭을 벌여야할 현안문제로 남아있다.
한일관계의 새시대라면 구시대와 근본걱으로 다른데가 있어야한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한일기본조약의 정신을 살리는 협력모델을 마련해야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이눈앞의 실리보다는 지역차원에서 앞날을 내다보는 슬기를 갖고 회의에임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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