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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에세이] 애국주의 열 올리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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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군이 한국전쟁 때 압록강을 넘은 것은 1950년 10월 19일. 중국은 그러나 첫 교전일인 25일을 참전 기념일로 삼는다. 한국전 참전 5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중국이 인터넷 공간에 한국전 참전 기념관을 열었다.

사이트 이름은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중국 공산당 청소년 조직인 공산주의 청년단과 국무원 산하 학술기구인 사회과학원의 공동 작품이다.

사이트 개설과 관련,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북한 방문(28~30일)을 앞두고 양국 간 우호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속내는 '애국주의'선전이다. 국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이 사이트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민족 영웅을 기리게 하고, 미국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정신을 배우도록 하는 인터넷상의 애국 교육 기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애국을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 교육은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애국주의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공산혁명 기지의 하나인 산시(陝西) 북부지역 동굴을 배경으로 하는 '항일 온라인'이 대표적이다. 공산주의 청년단이 제작한 '국혼(國魂)'도 같은 부류다. 중국신문출판총서가 추진하는 '온라인 게임 출판 사업'도 그런 예다. 악비(岳飛)나 정성공(鄭成功) 등 외침에 맞서 싸운 역사적 인물을 차례로 등장시켜 청소년들에게 애국주의 사상을 심는다는 의도로 현재 관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산당 중앙 선전부가 5월 전국의 4000여 초등학교.중학교에 '애국주의 교육영화 100선'을 담은 CD와 CD플레이어를 보낸 것도 애국심 고취 사업의 하나다. 공산당은 또 올 초부터 과거의 공산혁명 기지 50곳을 성역화한 뒤 이를 여행 상품으로 만들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공산당의 새 통치이념의 한복판에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가 확실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베이징 = 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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