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는 누가 죽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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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키노」는 누가 죽였나. 공항직원 복장의 20대청년인가, 아니면 제복차림의 보안요원들인가. 또「아키노」암살 지령을 내린 배후인물은…. 「아키노」가 의문의 총격으로 피살된지48시간이 지났으나 범인에 대한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채 엇갈린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다. 필리핀정부는「아키노」저격범이 공산게릴라이며 공범혐의자 4명을 이미 체포했다고 밝혀 비행기에서「아키노」를 연행하려던 보안요원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정부관련설을 극구부인했다. 그러나 일본인기자를 포함한 몇몇승객들은「아키노」가 군인들의 총격에 쓰러졌다고증언하고 있다. 또 필리핀야당지도자, 변호사, 「아키노」유족측은 정부발표가 의문투성이이며 이번사건은 군부의 치밀한 계휙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이라고 반박, 정부가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시킬만한 해명을 해야 할것이라고 요구하고있다. 「아키노」피살사건을 둘러싸고 빚어지고있는 상반된 주장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목격자및 반정부축 주장
중화항공 여객기에「아키노」와 동승했던 일본인기자 「와까미야·기요시」씨는 22일 귀국길에 나리따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키노」암살극이 필리핀당국의 모살에 의한것이며 지금까지 신원이 밝혀지지않은 제2의 피살자 소행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보안요원 2명이 lm거리에서「아키노」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직접보았다』면서 「아키노」가 쓰러진뒤 항공기부근에 있던 군용차량뒤쪽에서 한 남자가 누군가에 의해 밀려나오더니 군인이 그를 향해 발포,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사건이 필리핀당국에 의해 사전에 모의된것임을 보여줄 증거를 갖고있으나 지금은 밝힐수 없다』고 말했다. 「와까미야」는 자신이 3년전부터 「아키노」와 가까이 지내온 친구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필리핀야당세력인 국민민주연합(UNIDO) 의「살바도르·로멜」의장은 유해가 안치된 케손시교외의「아키노」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시 결과 「아키노」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마르코스」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시관의 말을 인용, 「아키노」는 4cm거리에서 총격을 받았으며 보안군이 사살했다는 저격범의 시체가 사건직후 사라지는등 의문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가 열거한 의문점은 이밖에 ▲저격범이 어떻게 상엄한 경계를 뚫고 항공기까지 갈수 있었는가▲저격범이 어떻게 「아키노」 신변가까이 접근할수 있었는가▲저격범은 「아키노」가 일반승객통로가 아닌 트랩을 통해 비행기에서 내리리라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느가▲저격범은「아키노」 (1m77cm)보다 10∼15cm키가 작다고 했는데 탄환의 방향이 뒷머리에서 빰쪽으로 내려간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저격범은「아키노」가 중화항공에 가명으로 탑승했는데 이를 어떻게 알았는가▲「아키노」를 비행기안에서부터 호위했던 3명의 보안군들중 1명이 「아키노」의 고향인 타르락주에 도착한뒤 자취를 감춘것은 무슨 이유인가 하는점등이다.
정부측 주장
「마르코스」 대통령은 22일밤 TV회견을 통해 「아키노」는 공산주의 게릴라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했다. 그는「아키노」가 강경한 반공입장을 취함으로써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보복살해 됐거나 혹은 단순한 테러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서 현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이 배후에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마르코스」대통령은 이어『만약 정부의 목표가 「아키노」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이처럼 번거로운 수단은 쓰지 않았을 것이며 그가 심장수술을 받지 못하도록 지난80년 그의 도미를 허용하지 않았든가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감방에서 죽도록 내버려 둘수도 있었을것』 이라고 강변했다. .
한편 마닐라주재 미대사관측도「아키노」가 보안요원에 의해 살해됐다는 보도들을 부인했다고 미국무성이 22일 발표했다. 「앨런·롬버그」미국무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마닐라주재 미대사관 관리들이 「마르코스」정부관리들과 면담한후 「아키노」 저격범이 보안요원 이라는 보도들이 잘못된 것임을 통보해 왔다면서 공항직원 복장을 한 암살범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마닐라시 경찰국장「프로스페로·올리바스」장군은 청바지에 푸른상의등 공항정비사차림을 한 20대의, 저격법이 357구경 리볼버권총으로 「아키노」를 쐈다고 밝혔으며「센다나」공보상도 「아키노」가 단1발의 총탄만을 맞았으며 가족들도 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
이같은 상반된 주장에서「아키노」 피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위해서는▲검시를 통한 탄도확인▲암살자로 지목되고있는 제2의 피살자에 대한 신원파악▲사건현장주변에 있었던 각종 총기류및 보안요원들에대한 신병확보▲목격자들의 정확한 증언등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하며 「마르코스」 대통령정부가 이번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되었을 가능성에 대비, 국제기구에의한조사가 바람직할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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