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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주니어는 많은데 성공한 프로는 왜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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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에 유망한 주니어는 많은데 왜 성공한 프로는 없을까.

한국 테니스 주니어가 활짝 피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3일 발표한 세계 주니어 랭킹에서 홍성찬(18·횡성고)이 3위를 기록했다. 정윤성(17·양명고)과 이덕희(17·마포고)는 각각 9위와 10위에 올랐다. 2012년부터 한국 주니어 선수들은 4대 그랜드슬램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호주오픈에는 5명이 출전했다. 성과도 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정현(19)이 준우승을 했고, 홍성찬도 올해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어느새 그랜드슬램 주니어 준우승 트로피만 5개가 됐다.

하지만 이형택(39)의 뒤를 이을 프로 선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현재 남자프로테니스(ATP) 한국 최고 랭킹은 정현이 기록한 151위다. 2007년 이형택이 기록했던 36위와는 차이가 크다. '제 2의 이형택' 가능성을 보인 주니어 선수들은 있었다. 2005년 호주오픈에서 준우승했던 김선용(28)은 같은 해 세계 주니어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ATP 랭킹은 1000위권이다.

보통은 주니어에서 잘 했던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해서도 성공을 거둔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4·스위스)는 주니어 랭킹 1위 출신이다. 현재 ATP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선수들도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왜 한국 주니어들은 유독 프로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먼저 동서양의 신체 차이를 이야기한다. 10대 초반, 동서양 선수들 신체 조건은 비슷하다. 하지만 10대 후반 서양 선수들은 1m80㎝가 훌쩍 넘는다.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에서 홍성찬을 꺾은 로만 사피울린(18·러시아)도 홍성찬보다 7∼8는 더 커 보였다. 홍성찬은 1m74㎝다. 체격 차이는 힘의 차이로 이어진다. 사피울린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200㎞가 넘었지만, 홍성찬은 180㎞ 정도였다. 홍성찬은 "체력과 서브에서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프로에 가면 신체조건 차이를 더 느끼게 된다. 김선용도 프로에 데뷔한 후 고전했다. 계속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세계 곳곳을 다니는 투어 일정과 연이은 패배에 지쳐서 포기했다.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으면 후원도 줄어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주니어에서 프로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남자 세계랭킹 5위인 니시코리 게이(26·일본)는 눈앞의 성적보다 미래를 보고 훈련에 매진했다. 2003년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풍부한 지원을 받았다. 니시코리도 체격조건(1m78㎝·74㎏)에서 밀린다. 톱랭커 선수들 중 가장 왜소하다. 평균 서브 속도는 시속 180㎞ 정도. 다른 선수들보다 시속 20㎞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기술 테니스로 힘의 열세를 극복했다.

박용국 NH농협 감독은 "니시코리는 신체적 한계를 기술로 뛰어넘었다. 서브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서브 구질이 다양하다. 또 특유의 빠른 발로 코트를 커버하는 능력이 좋고 킬러샷이 있다"며 "한국 주니어 선수들도 분명 재능은 있다. 프로 데뷔 후 성적이 좋지 않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노력하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면 니시코리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호주오픈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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