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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문, 대선 때까지 심판” 문재인 “이런 저질 토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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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후보는 당 선관위가 ‘지지후보 없음’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키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변경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전당대회준비위는 2일 문 후보의 주장을 수용했다(사진 왼쪽), 박지원 후보는 2일 전당대회준비위의 결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께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반칙을 하면서 대표가 되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사진 오른쪽). [중앙포토]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6일 앞두고 ‘여론조사 룰싸움’이 벌어져 문재인 후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2일 당 선관위가 확정한 전당대회의 여론조사 룰을 표결(11대4)로 뒤집었다.

 표결은 당 대표 경선에 25%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일반당원+국민)에서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인정할지 말지를 놓고 벌어졌다.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30% 정도 나온다. 이를 인정하면 100명을 조사해 A후보가 50명, B후보가 20명의 지지를 얻고, 30명이 ‘지지 후보 없음’으로 답했을 때 A후보의 득표율은 50%(100분의 50), B후보는 20%가 된다. 그러나 무효처리하면 A후보의 득표율은 71.4%(70분의 50), B후보는 28.6%(70분의 20)가 된다. ‘지지후보 없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여론조사 격차가 30%포인트에서 42.8%포인트로 벌어지지만 인정하면 반대로 격차가 좁혀지는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문 후보에겐 큰 손해였다. 이에 문 후보 측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전준위가 선관위 해석을 뒤집었다.

 당초 선관위는 ‘지지후보 없음’이란 답변도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25%)을 감안해 앞의 사례의 격차(42.8-30=12.8%포인트)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3.2점에 해당하는데, 당내에선 7점 차 정도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아 승부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대 후보들은 경선 전 “2013년 5·4 전당대회의 룰을 존중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당시 전대에선 여론조사 때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확정된 시행세칙에 5·4 전대 때는 없었던 ‘지지후보 없음’이란 문항이 포함된 사실이 최근 발견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전준위 결정 후 열린 JTBC 토론회에서 문·박 후보는 대충돌했다. 당초 전준위 결정에 반발해 “거취를 고민하겠다”던 박 후보는 토론회에서 “누구 좋으라고 사퇴하느냐”며 “문 후보가 대표와 대선 후보까지 하는 것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오히려 박 후보가 룰 변경을 시도하다 전준위가 제동을 건 것”이라며 “(이날 결정은) 원래 하던 대로 하기로 한 결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안철수, 손학규 대표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오늘 이 어처구니없는 친노의 행포, 만횡에 대해 설명하고자 나왔다.”

 ▶문 후보=“강력하게 이의 제기한다. 박 후보 측에서 (지지후보 없음을) 합산하는 쪽으로 룰 변경을 시도하다가 제동이 걸린 거다. 마음에 안 들면 다 친노인가.”

 ▶박 후보=“문 후보가 오늘 비노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는 거다. 친노들이 꼭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를 알겠다.”

 ▶문 후보=“친노, 비노, 그만 좀 하시라.”

 ▶박 후보=“친노가 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문 후보=“지금까지 TV 토론이 아슬아슬했는데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다. 국민께 송구스럽다.”

 ▶박 후보=“저질 말씀하셨는데 내일 투표인데 오늘 룰 바꾼 게 저질이다.”

 두 후보의 다툼에 이인영 후보가 “저는 퇴장하는 게 맞겠다. 이 자리에서 나가겠다”고 말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토론을 마칠 때 사회를 본 손석희(JTBC 사장) 앵커가 “세 분 중 어느 분도 중간에 안 나가신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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