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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청년 창업은 고용 창출의 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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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갤럽 조사에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가구 비중이1989년 75%에서 2013년 20.2%로 급감했다. 국내총생산(GDP)는 증가했으니 상대적 빈곤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노후 준비 미비나 장성한 자녀를 부양하느라 일하는 노년층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청년층의 취업율이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으로 신규 일자리는 줄고, 기존 일자리는 중장년층과 경쟁해야 하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가중되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요즘 청년 세대다.

 지난해 7월까지 초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었다. 청년 일자리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악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2002년부터 10년 간 청년 일자리는 103만개가 줄어 청년인구가 10% 줄은 데 비해 두 배 빠르게 감소했고 이 기간 청년고용률은 45%에서 40%로 5%포인트 하락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대기업 일자리는 중소기업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날로 벌어지고 있으며,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했다. 청년층의 잠재실업자는 취업준비생 41만, 구직포기자 37만, 실업자 35만 등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일자리 악화의 원인은 먼저 기존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심화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 보상 시스템은 철저히 학교 성적 위주로 줄을 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환경은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아니라 학업 성적과 스펙에만 매달리게 하고, 대졸자를 과도하게 배출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졸자의 70%가 취업을 희망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은 실제로는 이들 가운데 10%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다른 일자리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보상의 격차 때문에 눈높이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소제조업 부족인력은 5만5000명에 이르지만 구직자는 일할 곳이 없다고 하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현상이 발생되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나 학력 인플레의 원인은 학벌지상주의 풍조와 임금 차별구조다. 미국 뉴욕에서 배관공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평균 2억2000만원으로 웬만한 대학 졸업자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호주의 광부는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으로 호주 근로자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또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대기업의 85~90%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당한 보수와 노동환경이 제공돼야 대기업만 바라보고 취업 재수, 삼수를 하는 청년들이 사라질 수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와 더불어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은 신규 일자리 감소다. 기존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따라 신규 일자리를 줄임에 따라 청년들이 갈 곳이 줄어드는 것인데, 이에 따라 창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살펴보면 종업원 50인 이하, 창업 5년 이내의 ‘소규모 젊은기업’이 가장 활발한 고용창출의 엔진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 또는 신제품 발굴 등으로 위기 속에서도 고용 창출과 경제의 탄력적 변화를 선도한다. 2002~2011년 OECD 국가들에서 젊은 기업이 신규 고용 창출을 주도한 반면 기존기업은 매년 일자리 순 감소를 기록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청년 창업률은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또 창업유형에 있어서도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기반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추구형 창업 비율이 생계형 창업과 비교해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며, 신생기업의 3년 생존율 역시 가장 낮다. 이런 창업 생태계가 지속된다면 다음 세대는 저성장과 고실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창업 환경을 개선하고 창업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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