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장편 『광장』 … 55돌 기념 개정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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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설가 최인훈(80)씨의 장편 『광장』(문학과지성사) 개정판(사진)이 나왔다. 1960년 종합월간지 ‘새벽’에 작품이 발표된 지 55주년, 통산 189쇄 제작 기념을 겸해서다. 발표 당시 함께 실렸던 고(故) 우경희 화백의 삽화 6점을 덧붙였다.

 소설 『광장』은 60년 4·19 혁명과 이듬해 5·16 쿠데타 사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4·19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아직 한국전쟁으로 인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팽팽하던 시절이었다. 주인공 이명준이 남과 북, 두 체제 사이에서 갈등하다 제3국을 선택하지만 항해 도중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는 충격적인 소설의 설정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당시 잡지 주간이었던 신동문(1928∼93) 시인이 한밤중에 원고를 들고 인쇄소를 찾아가 발표를 강행했다.

최인훈

 소설은 200자 원고지 200쪽을 더한 장편소설로 개작돼 61년 정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한편 저자 최씨의 결벽에 가까운 애정에 따라 개작을 거듭했다. 76년 문학과지성사의 ‘최인훈 전집’에 포함되며 개작 수준의 수정과 교정이 이뤄졌다. 이번 189쇄 돌파는 이 판본 기준이다. 89년 기존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본문 판형이 바뀌었고 2010년 4·19 50돌을 맞아 전체 194쪽 가운데 14쪽 분량에 이르는 4곳을 다시 썼다.

 『광장』은 요즘도 해마다 1만2000∼1만5000부 가량 팔린다. 출판사 이근혜 수석편집장은 “인간의 자유와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폭넓게 다뤄 꾸준히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은 지난해 말 한국문학번역원장 김성곤 원장의 번역으로 미국 달키 출판사 에서도 출판됐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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