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조회때 실내화를 신은아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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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느날 둘째 시간이던가, 수업을 끝내고 의자에앉아 쉬고 있는데 교감선생님이 편지 한통을 손에 들고 교실에 오셨다. 어느 자모께서 교장선생님앞으로 보낸 봉하지 않은 편지였다.
내용인즉 고급 신발을신지 못하게 하는 학교의 처사에 고려해 볼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모는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고급신발과 보통신발의 가격과 경제성에 대하여 통계까지 내어 적고 있었다.
그즈음 학교에서는 근간 아동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고급 신발에대해서 다각적으로 분석해보고 있는터였다.
질기고 단단한 신발이 아동들의 발 발육에 미칠영향, 신발의 특이한 구조가 아동들의 자유분방한 활동에 미칠영향, 뜻도모를 외국어 상품표시가 아동들의 정서에 미칠영향, 그리고 근검절약 정신의 생활화를 저해할 사치풍조 조장 가능성 등등에 대해서 그런 분석노력이 가정에 미쳐졌던 것이다.
편지를 읽고난 나는 일말의 외로움을 느껴야했다. 그 외로움은 바로 아동들이 겪을 외로움이었다. 아동들은 교문을 나서기만하면 쉽게 외로움에 휘말리고 만다. 교실에서 배운 사실과 같지못한 사실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동들이 바람직하게 자라기를 바라는게 학교만의 열망일 수는 없다.
우리 아이는 행동이야 어떻든 공부만 잘 하면 그만이라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학력은 지적인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걸 생각해보아야한다.
이것저것 차치하고라도 이 어린이의 외로움에 마음 아파지지 않을 부모가 있을지 르겠다.
애국조희 시간 아동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했다. 담임 사가 실내화를 신은 아동에게 다가가 물었다.
『바깔신은 교실에 있어요 』그렇게 말한 아동은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말았다
그는 엄마가 사 주신 새 고급 신발을 애국조회시간에 신고나올수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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