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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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식구들은 간편한 복장에 운동화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그것은 주일 예배후에 있을 산행을 위한 준비인 것이다.
예배후 교회 뒷길인 버들캠프로 가는 아스팔트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가 살짝 사잇길로 벗어나서 산 허리를 돌아들면 새소리가 우릴 반기고 뻐꾸기 소릴 흉내 낸답시고 두손을 입가에 대고 딸꾹질을 해대는 큰 녀석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마치고 저만큼 모습을 나타낸 장끼를 따라 아빠와함께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 가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미소가 인다.
주위의 엄마들은 「조기교육」이다, 「영재교육」 이다 하여 유치원에서, 피아노교습소로, 미술학원으로 , 게다가 웅변에, 주산, 태권도장까지….열성들인데 연초에 작은 아이를 낳느라 유치원 모집 시기마저 지나버려 우리아이만 뒤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 은근히 겁이나던 터에 우연하게 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큰아이는 아카시아잎을 둘씩셋씩 훑어가며 둘, 넷, 여섯, 아홉, 열둘을 곧잘 헤아리고, 다람쥐는 몸 만큼한 꼬리도 달아 그릴줄 알게되고, 찔레나 장미를 구별해 이야기 하기도하여 부모를 기쁘게한다.
곤충이나 나무에 관한 관찰력이나 호기심도 대단한 것이어서 엄마로서의 한계를 느낄때가 더러 더러 있긴 하다.
그럴수록 더욱 친절히 성의껏 대답해 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저 영리하게만 되어가면 아이의 가슴에 순수한 꿈과 사물에 대한 작은 사랑이나마 자라고있음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직은 어린 이 아이들이 자라며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익히며 몸에 밸수 있도록 앞으로도 늘 자연과 가까이 하리라 마음 먹는다.

<경기도부천시심곡동643의1 성주아파트 2동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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