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명상법' 도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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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식 명상법이 과학이라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70.사진)가 국제 신경학계의 불꽃 튀는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국제신경학회가 다음달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여는 연례 총회에 달라이 라마를 연사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집중적인 명상을 통해 어떻게 자비심과 긍정적인 사고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규명하는 연구에 관심을 쏟아왔다. 그러나 학회 회원 중 544명이 그의 초청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연명으로 "그의 강연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한을 학회에 제출했다. 서한은 "실증되지 못한 주장에 초점을 맞추면 과학의 엄격함과 객관성이 훼손당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의대에 몸담고 있는 낸시 헤이스는 "명상 효과가 입증될 때까지 공개 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의 초청을 옹호하는 측도 강하다. 이들은 "강연 취소를 요구하는 학자는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화교 출신"이라며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1959년 인도 북부로 망명해 티베트 독립운동을 펼치는 달라이 라마를 눈엣가시로 보고 있다. 그는 이번 방미 기간 중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미 학계는 티베트 라마교의 독특한 명상 수행법을 주목하고 있다. 환생을 믿는 라마교 승려들은 "명상 능력을 최고 경지까지 끌어올리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마인드 앤드 라이프' 연구소는 지난해 8명의 티베트 승려를 대상으로 명상과 뇌 활동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소는 이들이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갔을 때 집중력과 감정 조절을 맡은 뇌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져 감마선을 많이 생성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신경학자인 로버트 와이먼 예일대 교수는 "처음부터 완벽한 과학의 형태를 갖춘 학문은 없었다"며 "호기심은 과학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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