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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어느덧 최고령자가 된 조훈현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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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본선 32강전 하이라이트>
○ . 조훈현 9단(한국) ● . 미조카미 도모치카 8단(일본)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을 통째 일본에서 보낸 조훈현 9단은 기본기가 일본 바둑으로 짜여 있다. 그 토대 위에 한국에서 얻은 실전감각이 보태져 '황제'조훈현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미조카미 도모치카(溝上知親) 8단은 일본의 젊은 유망주. 일찍이 전투적인 '한국류'가 시대의 큰 흐름임을 느끼고 한국 연수도 마다하지 않은 적극적인 인물이다. 일본의 대다수 고수가 최강 한국을 외면한 채 허공을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는 데 비해 미조카미는 한국류를 익혀 한국 바둑과 대적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미조카미 역시 밑바탕은 일본 바둑이다. 그리고 조훈현 9단으로 말하면 일본 스타일은 앉아서도 훤한 처지라 비록 조 9단이 이 대회 최고령자이긴 해도 미조카미의 고전은 예상되고 있었다.

장면1=조훈현 9단이 특유의 흔들기로 손바람을 내고 있다. 좌변 쪽은 A가 발등의 불처럼 화급하고 흑?의 준동도 시한폭탄이다. 이런 전쟁터를 놔둔 채 조 9단이 48로 붙이자 미조카미 8단은 49, 51로 반발한다. 좌변 쪽을 서로 곁눈질하며 선수 뽑기에 목을 매단 형국인데 당장 귀에서 백의 최선은 무엇일까.

장면2=52로 두는 수가 사활의 급소다. '참고도' 백1로 두는 것이 눈에 익은 형태이겠지만 지금은 흑2의 한 방으로 사망하고 만다.

53으로 몰자 54로 두어 패의 형태. 흑은 여기서 즉각 패를 걸어 귀를 잡았으나 백은 그 틈을 타 좌변을 58, 60으로 연타하며 불안을 깡그리 해소하게 된다. 대세의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흑55는 좌변으로 선행하는 것이 백의 의표를 찌르는 수법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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