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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도로공사, 주전 리베로 김해란 공백 오지영이 메운다

중앙일보

입력

"해란 언니 몫까지 열심히 해볼게요."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아직 정규 리그 우승이 없다. 단독 1위를 질주 중인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주전 리베로 김해란(31)이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 김해란은 지난 25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공격을 시도하다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재활에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걸출한 리베로가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 전에서 김해란을 대신이 나온 오지영(27)은 경기 내내 안정된 리시브로 공격 흐름을 잘 살렸다. 디그(스파이크를 받는 수비)도 20개나 기록하는 등 그물망 수비를 보여줬다. 오지영의 활약 덕에 도로공사는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로 물리치고 9연승을 달렸다. 15승 6패(승점 43점)를 기록한 도로공사는 단독 선두 자리도 굳게 지켰다.

올 시즌 오지영은 원포인트서버로 출전해왔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강한 서브가 일품인 그에게 중요한 순간마다 서브를 맡겼다. 그렇다고 리베로 자리가 낯선 것은 아니었다. 팀 훈련에선 상대팀 리베로로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 김해란이 지난해 9월 국가대표에 뽑혀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동안에는 리베로로 컵대회를 치른 경험도 있다.

오지영은 "경기가 다가올수록 긴장이 많이 됐다. 오늘 숙소를 나서는데 (김)해란 언니가 커피를 주며 미안하다며 니가 내 몫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언니가 원래 무뚝뚝한 성격인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중간 중간 떨리고 긴장될 때마다 언니들이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줘서 힘이 났다"며 "오늘 사실 한 게 많이 없다. 오늘 플레이는 60점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전 굳어 있던 서남원 감독의 표정은 경기가 끝나서야 환하게 풀렸다. 서 감독은 "(오)지영이가 그동안 해란이에게 가려있었지만, 리베로로서 능력있고 잘하는 선수"라며 칭찬했다. 오지영은 "어깨가 정말 무겁지만 피하려고만 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겠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시즌 처음으로 경기 전체를 뛰었더니 배가 고프고 힘들다"며 웃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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