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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선정 기간만 1년…엄마의 손맛 그대로 담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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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착한 생산자들의 특산물을 발굴해 연재한다. 특산물 하나 하나에 얽혀있는 역사적 기록과 사연들, 그리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김치 팔기는 정말 힘들다. 전 국민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맛의 기준도 특별히 없다. 담그는 이의 손맛과 재료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역에 따라, 담그는 시기에 따라, 숙성된 정도에 따라, 김치의 맛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도의 젓갈 맛 팍팍 나는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경기도의 시원한 김치에 환호하는 사람도 있다. 복잡하고 오묘하다. 발효 식품 중에선 포도주 정도가 여기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 사람 밥상에 김치를 빼놓을 순 없다. 그래서 '농마드'도 오픈 전부터 전국의 김치 중 뭘 선정할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여러 군데 제품을 소비자로 가장해 주문해 먹어봤다. 하지만 맛이 괜찮은 곳을 찾아가보면 제조 과정상 위생이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식약청의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가보면 맛이 영 별로였다. 그래서 김치 선정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마침내, 농마드는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음현리의 '늘만나김치'를 선정했다. 먼저 그 김치를 먹어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들었다.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20대 청년은 "총각김치가 이렇게 맛있는 건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50대 주부는 "옛날에 엄마가 해주던 파김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라면을 끓여 그 위에 얹어 먹으며 엄마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추김치, 갓김치, 석박지 등 아무튼 이 다양한 김치의 맛을 본 평가단 중 "맛없다"고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해서 포천의 공장을 찾아갔다. 포천이어서 경기도 김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늘만나김치'의 권인순 대표(53세)는 전북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음식을 정말 잘하셨어요. 김치 맛도 정말 좋았죠. 그 어머니한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운 건데 주변에서 너무 맛있으니 만들어 팔라고 권하는 바람에 이 길로 나서게 된 거죠."

친정엄마 솜씨로 일궈낸 아줌마 신데렐라의 꿈
교사인 남편과 함께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던 권씨는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2000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에서 조그마한 공장을 임대해 김치를 담가 팔기 시작했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아줌마 버전'이 이런 것일까. 맛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포천에 큼직한 공장을 증축해 세우고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 2013년에 올린 매출액은 74억 원. 남편도 교사직을 그만두고 이젠 온 가족이 김치공장에 매달리고 있다.

"김치의 맛은 시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먹고 나면 입안에 개운한 기분이 남아야죠.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저희 김치는 짜지 않아요. 서울 분들은 좋아하는데 남쪽 분들은 좀 싱겁다는 얘기도 해요." 권 대표의 말이다. '늘만나김치'의 재료는 당연히 100% 국내산이다. 주원료인 배추와 무는 강원도 고랭지와 해남에서 농민들과 직거래로 구매한다. 소금은 전남 신안군의 천일염이다. 젓갈은 충남 강경과 광천산이다.

"저희 김치 맛의 비법은 젓국에 있어요. 멸치 젓갈에 다시마, 무, 대파, 양파 등을 넣고 끓이면 천연 육수가 되거든요. 여기에 고춧가루 등을 섞어 양념을 만듭니다." 젓국을 끓이는 시간대에는 공장에 멸치 냄새가 진동하지만 그게 맛의 비결이라는 것.

늘만나김치의 배추김치는 다른 업체의 김치에 비해 더 아삭한 맛이 있다. "배추를 절이는 게 또 하나의 기술입니다. 여름에는 8%, 겨울에는 12% 농도의 소금물로 절이는데, 기온 변화에 따라 시간을 달리해야 무르지 않게 돼요. 저희 절임배추 시켜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실 거예요." 권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위 상품에 대한 구매 정보는 농부마음드림 : 농마드 사이트 (www.nongmard.com)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박성용 s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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