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생활양식이 바뀐다."|「유행」외면「개성」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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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인들의 생활양식이 80년대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70년대중반까지만해도 검소하고 단순한 경향이 지배적이었으나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어가던 경제와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은 최신유행을 따라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새로운 추세로 치닫기 시작했다.
의복이나 음식은 물론 스포츠·주택·건강, 그리고 휴양지선택에서 성생활의 면에 이르기까지 취향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러나 종전과 같은 「대중적인 유행」 대신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하는 개성창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것이 또한 새로운 특색이다.
이는 사람 개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도 격차를 나타내고있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여성들의 몸매를 가꾸기위한 여배우「제인·폰더」양의 체조복이 연중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지만 워싱턴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흰초컬릿으로 만든 후식이 전국 곳곳에서 매상을 올리고 있는반면 뉴욕에서만은 파리를 날리는 대조를 보이고있다.
또 시카고 사람들은 멕시코를 제1의 여행대상지로 손꼽고 있으나 콜로라도에서는 아예 어행대상지속에 포함조차 되지않는다.
한마디로 일정한 흐름이 없다는것이 요즘의 흐름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다양성의 축복시대』라고 부르기도한다. 『한때는 미국사회가 대량생산·대량교육·대량전달·대량소비, 그리고 정치까지도 대중속에서 움직였으나 요즘은 탈대중화현상이 두드러지고있다』는 것이 미래학자「앨빈·토플러」의 세태분석이다.
이런 다양성가운데서 미국인들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건강과 몸매다.
젊게 보이게하고 몸과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려는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스포츠를 예로 든다면 휴스턴에서는 7백달러(약54만원)나 나가는 증력운동구가 날개돋친듯이팔려 사람들이 요통치료나 자세교정·신진대사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이기구에 물구나무서듯 거꾸로 매달리기를 즐기고 시카고에서는 경보, 덴버에서는 피부를 그을리는 체육관이나 여성육체미운동에 몰려든다.
워싱턴에서는 양손에 아령같은 무거운것을 들고 조깅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부모들이 갓난아이들까지 체육관에 맡기는 극성을 부린다. 그러나 이마저도 누가 먼저 시작하면 너도나도 따라서 하는것은 결코 아니며 여전히 테니스나 수영을 즐기는 측도 있다.
이밖에 건강에 대한 관념이 새로와지면서 즐기는 음식의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즉 캘리포니아지역에서는 소금기가 적은 치즈나 크래커가 비싼값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며 미국인들이 많이 먹는것으로 알려진 비프나 포크등 육류보다는 신선한 과일·채소판매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있다.
뉴욕에서도 T본스테이크대신 왕새우 요리주문이 쇄도하는 현상이다. 요리뿐만아니라 술종류도 독주대신 건강에 좋은 「가버운 술」을 많이 찾는다. 포도주나 위스키등을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스타일은 이미 고전이 되고말았다. 대중적인 유행이 판을 칠때에는 백악관에서 행해지는 스타일이 교본처럼 여겨졌으나 요즘에는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히피행색이 휩쓸던 청소년계층에서도 요즘은 짧은 머리에 생동적인 옷차림이 부쩍 많아 졌고 취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학생들의 학구적인 태도 또한 월남전 전후와는 딴세상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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