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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손님 베이징까지 … 저비용항공 '틈새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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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늘길을 둘러싼 항공사들의 싸움에 불이 붙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기세가 두드러진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고객을 야금야금 뺏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은 28일 중국 베이징과 일본 오사카, 대만 타이페이 노선을 새로 취항한다고 밝혔다. <표 참조>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단순히 노선 숫자만 늘린 게 아니다. 출발지가 인천국제공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 부산과 대구 같은 영남권에서 비행기가 뜬다. ‘틈새 시장’을 뚫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오겠다는 전술이다. 양성진 제주항공 상무는 “인천까지 와서 국제선을 타는데 불편을 느끼는 여행객이 많다”며 “노선을 다양화해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을 제2의 도약 허브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부산의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은 2010년에 모두 307만 명이었다. 이 숫자가 지난해엔 480만 명으로 56% 불어났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국제선 승객이 12만 명에서 22만 명으로 늘었다.

 특히 제주항공이 2월부터 새로 운항할 대구~베이징 노선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국적의 저비용항공사 중에서 베이징에 직접 취항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베이징을 중국 노선 확대의 전초기지로 삼아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티웨이항공은 업계 최초로 3월 말부터 대구~오사카 노선을 운항한다. 회사 측은 “오사카 성의 벚꽃 축제와 가족 여행지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을 찾는 여행객들을 붙잡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취항 7주년을 앞두고 13번째 비행기를 도입한 이스타항공은 올 상반기에 청주~홍콩 취항을 준비 중이다. 이 업체는 청주공항을 중국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다른 나라 국적 항공사와의 경쟁에 보태 저비용항공사들과도 겨뤄야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태국·괌·베트남 같은 ‘중거리 운항’을 위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들과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자회사인 진에어를 통해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득세는 당분간 이어질 듯 하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은 ‘여행 흐름’이 바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최근 여행객들은 짧은 기간에 자주 여행하고, 필수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싼 가격의 중거리 운항이 장기인 항공사들에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 적잖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회 회장)는 “해외 업체들은 비행기를 들여올 때 수십대씩 주문한다”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2~3대 수준이어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없고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비용을 줄여야 항공료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고객 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시스템 투자도 아직 미흡하다”며 “여행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극 개발해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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