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평화의 댐 18년 만에 다 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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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사진)이 우여곡절 끝에 19일 완공된다. 1987년 2월 착공된 지 18년8개월 만이다.

이 댐의 건설은 86년 10월 30일 이규효 당시 건설부(현 건설교통부) 장관이 "북한이 200억t의 저수 용량을 가진 금강산댐(임남댐)을 무너뜨리면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턱까지 잠길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막이 올랐다. 충격적인 발표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6개월여 만에 국민 성금 630억원이 걷혔다. 다음해 2월 높이 80m, 길이 410m, 총저수량 5억9000만t의 댐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수공(水攻) 조작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뒤 감사원은 "금강산댐 위협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86년 말 거세지던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공 위협으로 잠재우려 했다는 것으로 결론나는 분위기였다. 실제 금강산댐의 저수 용량은 정부 발표치의 8분의 1도 안 되는 26억t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 공사는 물건너가는 듯했다. 그러다 2002년 1월 위성사진을 통해 금강산댐이 부실하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수공이 아니더라도 댐이 무너지는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같은 해 9월 평화의 댐 2단계 증축공사를 시작했다.

증축 공사로 높이가 125m로 45m 높아졌다. 저수용량도 26억3000만t으로 금강산댐과 맞먹는다. 국내에서는 소양강댐(29억t), 충주댐(27억5000만t)에 이어 셋째로 크다. 댐 건설에는 국민성금을 포함해 모두 3995억원이 들어갔다. 무용지물로 여겨졌던 댐은 기후 변화로 잦아진 집중 호우 대비용으로 쓸모를 인정받게 됐다.

◆ 평소에는 비워둔다=이 댐은 평상시 물을 가두지 못한다. 직경 10m의 원형 배수구 4개를 통해 물이 빠지기 때문이다. 금강산댐이 붕괴하거나 폭우가 쏟아져 수량이 급증할 때 초당 8000t 밖에 빠져나가지 못해 물이 저절로 차는 구조다. 유량 변화를 관측하는 카메라가 평화의 댐 북쪽 25㎞ 지점(휴전선 부근)에 설치돼 있다. 집중 호우가 예상되면 건교부나 수자원공사가 유량을 수시로 점검한다. 북한도 2002년 이후 방류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있다.

평화의 댐을 빠져나간 물은 화천댐에 갇힌다. 건교부 전병성 수자원기획관은 "금강산댐의 물을 모두 남쪽으로 흘려보내더라도 홍수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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