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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엔 하한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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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7회 임시국회 후 정가는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가야 하면에 들어가도 정치인은 긴 여름을 쉬고있올 수 만은 없다. 민정당은 덕유산에서 매머드당원수련대회를 열고 당세를 가다듬는가 하면 야당은 의원개개인이 준비된 「탄환」을 들고 지역구로 뛰어내려가 표발을 다지고있다. 의원들의 하면 행태를 살퍼본다.
O…3박4일동안 전국의 핵심당원 4친5백명이 덕유산에 모인 민정당의 당원 수련대회는 조직동원능력을 점검하고 당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켜 결속을 다진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이 행사를 발안, 주관해온 권익현사무총장은 『당원들에게 평소에 정당이 선거 때만 일하는 곳이 아니고 평소 자전자활해 살아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피부를 통해 확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수련대회의 취지를 설명.
이번 수련대회는 유니폼을 입고 구보를 하면서 딱딱한 강의를 듣는 정치연수원과는 달리 참가자들이 스스로 참여해 친목도모를 통해 「우리」라는 감을 몸에 익힌다는 목표로 행사가 진행됐다.
또 평범한 당원들이 총재인 전두환대통령과 손을 잡고 비빔밥을 같이 들며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신들이 정국을 주도하는 집권당의 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자?심을 느끼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
평소 지시와 당부가 더 많아 다소의 「경원」을 느꼈던 중앙당의 고위당직자 및 국회의원들과 심산유곡의 같은 텐트에서 밤을 지새며 소주잔을 기울인 것은 당원 상호간의 일체감 조성을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
○…오락성 프로그램이 많고 당직자들이 행사의 의의를 축소 해석해 얼핏보면 이번 수련대회는 당원의주의 잔치 같은 느낌.
그러나 당지도부가 쏟는 정성이나 자세를 곰곰이 훑어보면 단순히 친목행사로만 볼 수 없는 구석이 적지 않다.
민정당은 금년들어 각 지구당 시도지부 개편대회·전당대회·중앙위전체외의 등 적게는 몇 백명에서 많게는 몇 천명에 이르는 대규모 당원동원행사를 해왔고 거기에 당력을 거의 집중하다시피 하고있다.
이번대회 참가자들은 당 조직의 면·동단위를 총괄하는 지도장과 여성유권자들을 전담하고 있는 각 지구당의 여성분과 위원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바로 현지교육의 핵심요원이자 선거때가 되면 소대장역할을 해야할 사람들이다.
수련대회가 끝나면 권총장이 봉두완국회외무위원장·김대변인과 함께 미·가·일 방문길에 오르고 대부분의 지역구 출신의원들은 대부분 출신지역에 자주 내려가 여름을 지내게된다.
『국회폐회중 지역구에 내려가 있으라』는 당지도부의 지시와 이번 수련대회에서 『이번대회의 정신을 지구당별로 각 지역구에 확산하라』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
○…지역구출신 야당의원에게 여름은 단합대회와 귀향활동 부담때문에 더욱 무덥고 길다. 하루나 이틀정도 지역구 당원들과 물가나 산속에서 갖는 단합대회에도 2백만∼1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당일치기로 하더라도 1인당 1만원꼴로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인 점심한끼에 약간의 거마비·기념타월 1장씩이 주요비목.
다음선거의 표와 직결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들어도 이것만은 안하기도 어렵다. 선거가 가까울 수록 사정은 더 급하다.
따라서 단합대회에는 초지이고 다지이고 구별이 없다. 민한당의 경우 대개 7월 하순부터 8월말에 걸쳐 스케줄을 잡고 있다. 김승목의원은 28일 부산범어사계곡에서 3백30명, 고재청·유인범·유재회 의원 등은 8월10일부터 중순 사이에, 신상우·김현규의원 등은 8월하순께 각각 3백∼5백여명의 당원을 모아 단합대회를 치를 예정. 지금까지 치른 사람은 이원범·한광옥·정정분의원 등 고작 3명뿐.
특히 민정당수련대회가 열린 무주출신의 오상현의원은 『하필이면 내 지역구에서 위세를 과시할게 뭐냐』면서 몸으로라도 때우겠다고 지난 20일 서둘러 귀향.
○…야당의원중 단합대화와 무관한 전국구의원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역구에 내려가지 못한 의원들은 나름대로 정치방학을 선용하기 위해 부심.
홍사덕민한당 정책연구실장은 의원회관의 자기 방에 세법관계 서적을 쌓아놓고 『세법을 마스터해서 정기국회때 정부측과 한번 겨뤄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 손세일·한광옥·김병오의원 등 서울지역의원들은 장마나 홍수 등에 대비, 관내의 취약지역을 샅샅이 살피겠다고 했다. 김형내의원은 『몇차례의 해외시찰에서 절실히 느낀 영어회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원에 나갈 생각』이라고 결의를 피력.
○…국민당이나 의정동우회는 일반적으로 지역구관리에 있어 평소 민한당보다 훨씬 더 열심이어서 구태여 정치 하한기가 따로 없는 실정. 국민당의 이만섭·윤석민·이종성 부총재 등 고위간부들은 평소 1주일이 멀다하고 지역구에 내려가 뛰고 있고 김종하·이성수·김영생·김기수·김완태의원 등도 시간만 있으면 지역구를 돌아보고 있어 특별히 단합대회를 치를 필요가 없을 정도. 의정동우회도 비슷한 경우여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미 봄에 단합대회를 한번씩 치르는 등 지역구관리에 정성을 쏟고있는 실정.
한편 117회 임시국회 후 러시를 이루었던 의원외유도 그동안 60여명이 이미 다녀왔고 현재 13명이 해외에 체류 중.

<전욱·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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