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호주제 폐지 추진 양성·부부 평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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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존폐 공방이 성(性)대결로 비화하며 치열했다. 폐지하자는 측은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는 사회에 맞게 법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유지하자는 쪽은 가정의 근간을 흔들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호주 승계순위 등 일부 문제는 대체로 수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동선 기자

여러 차례의 가족법 개정을 통해 호주제는 그 취지가 퇴색한 지 오래이며 내용적으로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라는 승계 순위만 남아 있다. 호주라는 이름 자체, 그리고 아들을 무조건 승계 1순위로 해 어머니 .딸인 여성을 2차적 존재로 규정해 양성평등과 부부평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호주제 존치론자들은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이를 폐지하면 곧 가족이 붕괴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 가족법상의 호주제는 이름만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것일 뿐 내용적으로는 일제가 식민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근본적인 문제는 호주제가 오늘날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하는 대가족제도가 급속하게 붕괴돼 부모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가족제도의 핵심이 되었다.

이는 당연히 가족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했으며 양성평등과 부부평등이 주요한 이념으로 부상했다. 가족들은 가정 안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할 뿐 그 지위를 따지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 되었다.

호주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을 유발하며, 사회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에게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그들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