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랑콤의 향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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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누가 이런 조사를 했을까? 세계 화장품 업계 1위인 프랑스 로레알이다. 2004년 기준으로 매출액만 21조원에 전 세계 화장품시장 점유율 15%, 연구개발비 7500억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초대형 화장품 그룹이다. 랑콤.비오템.메이블린.헬레나 루빈스타인.키엘.슈에무라 등 20개나 넘는 브랜드가 있고, 한국에만도 14개의 브랜드를 진출시켰다.

로레알이 지난주 내놓은 지오코스메틱스(나라별로 다른 화장 습관) 보고서엔 한국 여성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화장품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전문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아침 화장에서 9~12개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립스틱.마스카라.네일 제품을 제외한 수치다.'이제 한국은 IT뿐만 아니라 화장품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테스트 마켓이라 불릴 만하다.

로레알의 성공 비결은 글로벌화와 현지화의 적절한 조합이다. 예를 들어 랑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포장만 같을 뿐 제품의 특징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로레알 관계자는 "화장품을 바를 때 냄새부터 맡는 한국 여성들의 특성을 감안해 화장품 향을 유럽 제품보다 약하게 한다"고 말한다. 립스틱의 경우엔 아예 무향에 가깝다고 한다. 광고 모델도 랑콤엔 이미연, 비오템엔 이효리를 선정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 한국의 화장품 회사는 어떨까? 최근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국내 최대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을 보자. 아직 지역별로 제품을 개발하지는 않지만,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에선 가벼운 느낌의 수분 에센스를 주력으로 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라네즈 브랜드를 통해 궁극적으론 한국의 미용법을 아시아 스탠더드로 만들려는 글로벌 전략이다. 이에 비해 향수 비중이 큰 프랑스에선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하고 있다. 디자이너 롤리타 렘피카와 함께 향수를 만들었는데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프랑스 현지에서 한다. 최근엔 유명 디자이너인 카스텔 바작 향수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일 얼굴에 바르는 로션 하나에도 이 같은 치밀한 분석과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세계 일류를 향한 기업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된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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