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뭉칫돈 상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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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다시 상가로 몰리고 있다. 은행금리 이상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동안 상가에서 주택쪽으로 여윳돈이 흘러갔으나 주택부문에 강도 높은 투기억제책이 잇따라 나오자 큰손(거액 자산가) 등 투자자들이 규제가 없는 상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늘면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경쟁률이 치솟고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을 빚고 있는 테마쇼핑몰 분양도 호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상가매출이 크게 줄었는데도 값은 계속 올라 거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다시 달아 오르는 상가투자 열기=서울 노원구 상계동 W쇼핑몰은 최근 분양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1천3백여개의 점포를 모두 팔았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E쇼핑몰도 1천여개 점포 중 90% 이상이 분양됐다. 이 회사의 김영석 이사는 "지난달 통화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낮추겠다고 하자 일주일 새 1백여개 점포가 계약이 됐다"며 "저금리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열기가 뜨겁다. 주택공사가 지난달 입찰한 경기도 화성시 태안주공4차 아파트 상가는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낙찰가가 예정가의 3백%를 웃돌았다. 용인시 구갈주공 단지내 상가도 8개 점포 공급에 1백30여명이 몰려 예정가의 두배 수준에서 낙찰됐다.

아파트 상가를 낙찰받기 어렵자 일부 투자자들은 상가 분양권으로 몰리고 있다. 시흥시 월곶지구 P아파트의 경우 편의점이 들어설 1층 점포는 평당 2천2백만원으로 지난 2월 공급 때보다 웃돈이 4백만원 붙었다. 관악구 봉천동 B아파트 내 상가는 평당 2백만~3백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서울 강남권 저밀도지구 주변 상가에도 큰손들의 발길이 잦다.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의 경우 투자자들이 재건축이 끝나면 중산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해 상권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20억~30억원대의 상가빌딩을 사들이고 있다. 잠실 3단지 인근 상가 시세는 대로변은 평당 5천만원, 이면도로는 3천만~4천만원으로 강보합세다.

중앙부동산 김경섭 사장은 "임대수익이 연 6~7%로 비교적 낮은데도 4~5년 뒤를 보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포주공 3단지 주변 상가는 1층 기준으로 평당 3천만~4천만원에 매물이 나오면 쉽게 소화된다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상가 투자자들이 늘면서 분양물량도 많이 나온다. 주택공사는 이달 중으로 화성 태안 등 11곳에서 57개 점포를 분양한다. 오는 21, 23일 용인 신봉 등 7곳에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백4개 점포를 분양하는 우남종건 관계자는 "투자가치와 입찰 절차 등에 대한 문의가 하루 평균 1백여건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건 조심해야=키라에셋 김원겸 이사는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급등한 임대료를 반영해 시세가 형성된 상가가 많다"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임대료가 낮아져 값이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분양이 많은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는 주 5일근무제 확산으로 매출액이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좋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테마상가는 시행회사의 관리.마케팅 능력을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며 "부지를 매입하지 않은 채 분양하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원갑.김용석 기자

<상가 투자 체크 포인트>

▶테마상가

-양극화 현상 심할 듯→유동인구.교통여건 따져 분양받아야

-부지 매입한 곳 고르는 게 유리, 사업지연 가능성 낮아

-너무 높은 임대수익 제시한 곳은 일단 의심

▶아파트 상가

-내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백50% 넘지 않아야

-배후아파트 가구수가 5백가구 이상, 가구당 상가 면적이 0.3평 이하가 안전

-주변 할인점 입점 여부도 확인

▶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 상가

-주 5일 근무제 확산으로 매출 감소 가능성

-지하철역과 연결된 상가가 유리

▶일반상가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앞두고 급등한 임대료에 맞게 시세 형성

→경기침체 계속되면 세입자 임대료 인하 요구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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