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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의 열정페이는 청년 노동착취 아닌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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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교동의 한 맥주집에서 대학생 20명과 술잔을 부딪치며 취업·등록금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활기와 희망이 가득한 여러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희망찬! 활기찬! 가득찬!”

 “찬! 찬! 찬!”

 26일 저녁 6시30분 ‘젊음의 거리’ 서울 홍익대학교 앞 한 호프집.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안한 건배사다. 이 자리엔 서울 지역 12개 대학 대학생 20여 명이 함께였다. 최 부총리는 “제가 75학번(연세대학교)이고 여기서 멀지 않은 데서 하숙을 하며 대학생활을 보냈다”며 “요즘 대학가에 ‘최씨 아저씨’ 대자보가 붙는데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털어놓자”고 제안했다.

 최 부총리의 대학생과의 만남은 8일 대전 충남대학교 ‘캠퍼스 톡’에 이어 두 번째다. 대학가에서 최 부총리의 노동·교육·금융·공공분야 등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F학점을 주는 대자보가 확산하면서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먼저 사전에 제작된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 청년의 어려움이 전달됐다. “1년 이하 계약직과 일용직 형태가 청년층 일자리의 30% 이상이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열악하다”“학점·어학연수 등 8대 스펙 쌓느라 힘이 든다” 등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최근 이슈가 된 ‘열정 페이 현상’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열정 페이는 인턴십을 원하는 청년이 많아지면서 일부 기업이 과도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현상이다. “청년의 열정을 이용해 착취하지 말라”는 비판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눈이 높은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미래 전망이 낮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교육·훈련과 같은 인적자원관리(HRM)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면 우리도 중소기업 취업을 결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학생은 “스펙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학점이 낮고 토익점수도 900점이 안 되지만 현장에서 뛰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며 본인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그게 경쟁력이다. 나라도 채용하고 싶다”며 덕담을 건넸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청년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욕을 먹더라도 구조개혁이 현 세대가 짊어져야 할 과업이라 생각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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