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신의 아들'로 만화방 문화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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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의 아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등으로 1980 ~ 90년대 만화방 문화를 주도해 온 만화가 박봉성 화백이 15일 오후 4시 30분 별세했다. 56세.

한국만화가협회 연동훈 사무국장은 "박 화백이 이날 자제분과 도봉산 산행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고 밝혔다.

박 화백은 부산 건국상고 1학년 때 오명천 선생 문하로 입문, 1974년 '떠벌이 복서'로 데뷔했다. 초인적인 인물 최강타(아래 그림)가 등장하는 대표작 '신의 아들'은 83년부터 87년까지 총 53권의 책으로 출간됐으며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새벽을 여는 사람들' '캠퍼스 청개구리' '아버지의 이름으로'(1990년 KBS TV '신년특집극'으로 방영) '가진 것 없소이다'(1992년 영화화) 등 500여 편이 있다.

그는 부산시 사하구에 봉성 프로덕션을 설립, 많은 작가들을 참여시켜 만화 단행본을 만드는 다작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81년부터 91년까지 10년간 100종, 1494권을 발행해 1년 평균 130권 이상의 단행본을 만들어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손상익 원장은 "한때 만화방 주인들로부터 '다작 방식이 만화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독자들로부터 주목받는 다수의 문제작을 발표해 80년대 만화산업의 명맥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화체라 불리는 사실적인 그림을 통해 현실세계, 특히 기업과 경제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면서 여기에 적절한 판타지를 결합, '80년대 남성 만화의 한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6년부터 부산예술학교 만화학과에 출강했으며 부산예술문화대학 겸임교수도 역임했다. 2003년에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만화 콘텐트 전문기업인 '대한민국 만화중심'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한국만화가협회 22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발인은 17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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