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blog]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수영 말아톤' 촌지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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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신지체장애인 수영대회 배영 200m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한 김진호(19.부산체고)군의 부모님은 엘리트이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억척스러운 분들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여도 의사표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모가 대신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복지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발달 장애인은 식욕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비만이 되기 쉽고, 그 합병증으로 일찍 삶을 마감하는 일이 많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비주류이며 당연히 사회의 관심도 부족합니다. 세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도 정신지체 장애인은 '가짜 선수'가 많다는 이유로 빠져 있습니다. 장애인 체육 주관 부서가 11월에 복지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정신지체 장애인에 관한 사항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지체 장애인의 부모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진호군의 부모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김군의 부모는 장애인 수영연맹을 만들어 아버지가 회장을, 어머니가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억척스러움은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장애인 수영연맹은 "지나치게 정신지체 장애인 위주로 운영된다"는 신체장애인들의 항의 때문에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김군의 부모는 연맹을 떠났습니다. 같은 발달 장애인 내부에서도 진호의 성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호는 집안 형편이 여유가 있어 다른 아이들은 받지 못한 경제적 혜택을 받았고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최근 김군의 수영코치가 해임됐습니다. 김군의 부모로부터 월 100만원씩 사례금을 받았다는 투서 때문입니다. 단순히 보면 학부모의 치맛바람에 의한, 이른바 학교 촌지 사건입니다. 학생들을 고루 돌봐야 할 선생님이 특정 선수의 부모에게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물론 학교 코치에게 봉투를 내민 부모도 잘못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왜 진호 부모가 코치에게 사례금을 줬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호군을 받아주려고 한 고등학교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부산체고가 그를 받아들였고, 코치는 진호군의 개인코치 역할을 했습니다.

그 사례금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마련했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호뿐만 아니라 부모가 없으면 홀로 정글에 나가야 할 다른 발달 장애인을 위한 세금은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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