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표 낼 사람은 천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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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일 국회 법사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천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 "천 장관 책임 반드시 묻겠다"=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김 총장이 자기를 죽임으로써 검찰의 위신을 살리고 훼손당할 뻔했던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법무부의 최종책임자로서 부당한 수사압력을 가해 직권을 남용한 천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확실히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하자고 했지만 천 장관의 발언이야말로 국가를 온통 분열로 몰아넣었다"며 "사표를 낼 사람은 김 총장이 아니라 분열을 조장한 천 장관이며,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총장이 대한민국의 검찰로 남느냐, 정권의 검찰로 전락하느냐 선택의 기로에서 대한민국의 검찰로 남는 것을 택한 것으로 본다"며 "천 장관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천 장관은 당연히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휘권 발동이 합법이라는 변명에 숨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책임을 묻고 사퇴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다음주 초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한나라당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천 장관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잘못된 수사 지휘로 인한 검찰의 반발과 혼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홍승하 대변인은 논평을 내 "김 총장의 고심 어린 판단이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은 매우 아쉽고 유감"이라며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 측 입장이 번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당황한 열린우리당=강 교수 파문이 이념논쟁으로 비화하면서 10.26 재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던 열린우리당은 김 총장의 발표로 논란이 가라앉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김 총장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황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검찰총장이 사직할 이유도 없고, 더욱이 사퇴할 만큼 중대사안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검찰이 가졌던 관성이나 조직 논리상 내부의 복잡한 측면들을 고려해 검찰총장이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문을 의식한 듯 김 총장에 대한 사표 반려 촉구 목소리도 나왔고, "안타깝다" "적절치 않다"는 등 반응도 엇갈렸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선의로 받아들이고 검찰총장이 사표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검찰총장이 조직에 대한 책임감의 표현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이라면 설득하고 반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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