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특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회사원A씨는 지난해부터 골프를 시작한 입문생이다.
골프채를 쥐기 전까지만해도 『골프말곤 운동이 없느냐』고 누구보다 골프에 비판적이던 A씨는 요즘 골프얘기가 나오면 입을 다문다.
『해보니까 왜 진작 이런 운동을 몰랐던가 하는것이 솔직한 느낌인데 바로 얼마전까지 골프를 매도하던 입장에서 금세 변절(?)도 할 수없어 찬반간에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골프만큼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평가가 다른 운동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일반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다분히 비판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골프가 근래 갑자기 붐을 이루면서 말썽이다.
때아닌 골프장회원권 투기바람까지 불어닥쳐 서민아파트1채값이 종이1장값이라는 바람에도 더욱 인상을 흐렸다. 게다가 산성골프장 소유주의 외화밀반출기도사건에 이어 한성골프장이 개장을 앞두고 유력인사 2백여명에게 1천만원짜리 회원권을 우선 배정했다가 반납소동이 벌어진 사실이 밝혀져 착잡하고 씁쓸한 느낌을 안긴다.
아파트투기의 첫열풍이 절정이던 78년의 현대아파트특혜분양을 언뜻 연상케된다.
당초 회사측은 반공개모집을 하다시피해서 은행에 8백만원씩을 예치시켰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뽑는다』 『은행알 돌리기등 제비뽑기로 한다』는등 설왕설래했던 것. 가입희망자가 쇄도하자 돈을 되돌려주고 교통부에는 1천2백만원을 신청했다. 교통부는 1천만원으로 다시조정, 그런후 술그머니 특혜배정이 이뤄졌다. 물론 반납을 하지않고 회원권을 가지고 있었다고해서 우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꼭 비난을 받아야할 이유도 엄밀하게는 없다.
그러나 우선배정사실이 새어나가자 회원권분양에 온신경을 쏟고있던 다른골퍼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특혜」라는 것이다. 당국도 말썽이 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반납을 종용, 공무원등 대다수는 반납을해 소동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주는자와 받는자를 잇고 있는 특권·특혜 잠재의식의 보이지 않는 끈이다.
업주는 각계의 유력인사들을 우선 모시지 않고서는 아마 마음이 편치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장삿속과도 연결된다. 유력자들이 우선배정의 호의를 전달받지 못했다면 섭섭하거나 괘씸한 생각이 들지나 않았을까.
형식에서 하자가있었다는 비판이 가능한데다 내용에서 「특혜」라는 비난이 겹친셈이다.어쨌든 문제가 커지기전에 반납은 잘한일이다. 그와함께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특권·특혜의 잠재심리도 반납됐으면 좋겠다. <문병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