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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 산업상담원 임미영 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작가 조세희씨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을 통해 70년대 산업사회-고도성장의 그늘속에서 소외된 저임금 근로자들의 끈끈한 삶의 얘기를 감동적으로 그리고있다.
어쩌면 산업상담원이란 직업은 이들 정신적 난장이들을 치유하는 직업일는지 모른다. 자칫 좌절하기 쉬운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과 함께 창구옆에 쌓이는 갖가지 사연의 민원서류들…. 「임금을 못받았읍니다」 「부당해고를 당했읍니다」「퇴직금을 안줍니다」 「사고로 부상을 당했는데 보상금이 너무 적습니다」등등의 딱한 사연을 접할때마다 조씨 소설속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아려옴을 느끼곤 한다.
갖가지 행정력을 동원해서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가슴속에 굳어버린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근로자로서의 떳떳한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일이다.
우리사무소 관할인 청계상가지역은 3백여개의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다.
종업원들의 90%가 국졸·중졸의 학력을 가진 10대들.
이들 대부분이 묵묵히 미싱바퀴를 돌리다 업주가 어느날 갑자기 해고처분읕 내려도 항의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찔끔찔끔 눈물을 짜며 보따리를 챙긴다. 그것은 무지의 소산이다.
때문에 산업상담원의 또다른 중요임무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터주는 일이다. 업주를 설득하고 근로자를 설득해서 산업체 특별학급에 입학시켜 한자라도 더 배우게해야 한다. 알아야 업주의 횡포에 떳떳한 자기주장을 할수 있고 그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직장마다 취미교실을 개설, 꽃꽂이· 수예· 독서· 음악감상등의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메마른 정서를 가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과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해야한다. 그들보다 남다른 우월감은 금물이다. 때문에 산업상담원은 「젊음을 건다」는 각오와 자기희생이 없이는 해내기 힘든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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