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2008년부터 수준별 수업] 무엇이 달라지나

2008년부터 중.고교 영어.수학 과목의 교과서 내용과 평가 방법 등이 크게 달라진다. 또 달라진 교과서 내용에 따라 과목별 성적이 엇비슷한 학생들끼리 반을 만들어 수업을 듣게 된다. 2008학년도는 대입 제도가 바뀌어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해다. 달라진 수업 방식은 당장 고입.대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육부가 영어.수학 과목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려는 것은 평준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보려는 취지다. 학습 능력의 격차가 큰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못 따라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다'며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도 있다. 교육부는 학생 수준별로 그에 맞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 왜 바꾸나=중1 수학 교과서(C출판사) 31쪽을 보자. 최대공약수를 실생활에 응용한 문제를 푸는 '심화 과정'내용이 나온다. 심화 과정은 교과서 가운데 좀 더 어려운 내용을 말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어려운 내용까지 풀어야 하나(수준이 낮은 학생)"와 "이렇게 쉬운 문제가 심화 내용인가(수준 높은 학생)"이다. 평준화 이후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불만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2001년부터 중학교에 7차 교육 과정을 적용해왔다. 7차 교육 과정의 핵심은 선택형.수준별 교육이다. 그래서 교과서에 심화 내용을 넣었다. 하지만 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학교나 교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선화 연구원은 "의욕이 있는 일부 학교는 수준별 교육을 했으나 상당수 학교는 교과서 따로, 수업 따로 겉도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맡긴 수준별 수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교육 과정을 뜯어고치고, 교과서를 개편키로 했다. 특히 수준별 교육에 장애물이었던 평가 방법도 개선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수준별 이동 수업이 잘 이뤄지더라도 평가는 똑같은 문항의 시험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었다. 대학 역시 현행 단일 평가 결과만을 대입에 반영해 왔다.

◆ 변화 방향, 대안=13일 열린 수학.영어과 교육 과정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2008년 이후 변화의 방향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날 "단계형 수준별 교육을 폐지하는 한편 수준별 수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교과서 등 교수.학습 자료를 만들고 수준별 학급을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계형 수준별 교육이란 단계별로 진급과 재이수를 구분해 실력이 되는 학생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뒤떨어지는 학생은 남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재이수에 걸린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 부닥쳐 전혀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감안해 2008년 폐지된다.

교육부는 당장 2007년까지 교과서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현재는 한 종류의 교과서지만 학생 수준별로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검토 중인 것은 ▶수준별 3종 교과서▶기본교과서 1종+수준별 학습자료 3종▶기본교과서 1종+수준별 학습자료 1종▶3개 수준 내용이 모두 포함된 1종 교과서 등 네 가지 방안이지만 수준별 3종 교과서가 가장 유력하다.

수준별 집단 편성은 3개 이상 수준으로 나눌 때 수준별 수업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에 따라 2개 학급을 3개 수준으로, 3개 학급을 3~4개 수준으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을 상.중.하 3단계로 나눠 한 학급에 20명 정도의 반을 편성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학급 편성 기준은 교과별 성적, 교사 판단, 학부모와 학생 희망이다.

현재 거론되는 평가 방법은 ▶학생 수준별 평가▶공통평가와 수준별 평가 모두 실시 뒤 이원적 성적 기록▶정기고사(수준별 문항 일부 출제)+수행평가(수준별 평가) ▶절대 평가 등 4개 안이다.

강홍준 기자

*** 용어설명

◆ 교육과정=국가가 초.중.고교 수업의 목표와 내용, 수업 방법 등을 정한 기준을 말한다. 여기에는 평가방식의 일반적인 기준도 포함된다. 국가는 이를 문서화해 고시하는데 1955년부터 7차에 걸쳐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각 학교는 이 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 단계형 수준별 교육=학생의 개인차를 감안해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는 심화 학습의 기회를 주고, 처지는 학생에게는 보충학습을 제공하는 수준별 교육을 의미한다. 단계형이란 의미는 한 학년에서 배워야 할 교육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진급(학습 목표 60% 이상 성취)과 재(再)이수를 나눠 학생 간 실질적인 차이를 두는 것이다. 재이수에 대한 학부모 반발이 심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