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물류체계 시스템 가입률은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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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화물을 싣고 왔다가 빈 차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화물-차량 정보공유 시스템이 정부의 관료적 운영 때문에 운송업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해 화물차 공차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면 연간 10조원의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물류체계 개선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계부처에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1998년 차량과 화물의 정보를 공유하는 '첨단 화물운송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기에 가입하려면 회사 창립기념일과 입사일 등 무려 134개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적어내야 한다. 전용단말기 값과 이용료도 43만원과 월 2만4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은 전체의 2%인 3435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시스템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으면서 화물차 공차율은 서비스 개발 당시 45.3%에서 지난해 50.6%로 오히려 높아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영업정보 누설을 두려워하는 운송업체를 위해 필요 없는 정보의 제출을 없애고 인터넷 기반의 무료 서비스를 하면 가입률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 공차율을 선진국 수준인 20%까지만 낮춰도 연간 10조원의 물류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기지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99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정보시스템도 부실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내륙 화물기지와 철도 컨테이너 보관소 등 국가 운영 물류 기지에서 화물을 처리하는 시간이 민간 터미널의 네 배를 넘을 정도여서 사실상 물류 거점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물류 개선과 관련해 관계 부처의 밥그릇 싸움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건교부.산자부.관세청.철도공사가 추진한 국가물류정보체계 혁신사업의 경우 핵심 사안인 인허가 단일창구화 문제가 부처 간 입장 차이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 공유도 안 돼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전자태그에 상품 정보를 입력해 리더기로 읽은 뒤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무선 주파수 인식기술(RFID)도 과기부와 산자부.정통부에서 중복 개발하고 있어 3856억원의 개발비 중 상당 부분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 물류정책을 총괄하는 물류정책위원회는 부처 간 협조 부족으로 회의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2000년 물류정책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두 번밖에 회의를 열지 못했고 물류표준실무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물류정책의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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