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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설렘 속으로 ‘렛잇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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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영실 등산로에 있는 평원지대 ‘선작지왓’에서 서귀포 앞바다를 내려다봤다. 바다 위에 깔린 구름이 폭신한 설산을 묘하게 닮았다.

겨울 산은 아늑하다. 산이 높을수록, 날이 시리고 눈이 쌓일수록 겨울 산은 푸근하다. 국내 최고봉 한라산(1950m)을 겨울에 가야 하는 이유다.

지난겨울 week&은 한라산 눈꽃 산행에 실패했다. 2013년 12월 하순이었다. 눈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러나 한라산은 품을 내주지 않았다. 눈이 내려도 너무 많이 내렸다. 이왕 내친 걸음, 나흘을 머물며 눈 덮인 한라산을 노렸다. 그러나 한라산은 1주일이나 입산 통제됐다.

다시 1년을 기다렸다. 이번 겨울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14일까지 한라산 누적 적설량이 지난해보다 많은 145㎝였다. 1월1일에도 한라산은 대설 경보가 내려 입산이 통제됐다. 올해도 인연이 닿지 않나 싶었는데, 갑자기 제주도에 봄이 들이닥쳤다. 제주도는 지난 3일부터 낮 기온이 15도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13일. 윗세오름(1740m) 대피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제 몸만한 배낭을 멘 산꾼도 있었지만 운동화에 아이젠을 차고 온 사람, 물통 하나 달랑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며칠이나 이어진 포근한 날씨 덕분에(아니 포근한 날씨 탓에) 한라산은 순해져 있었다.

이번주 week&은 한라산 외에도 겨울 제주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최근 제주 여행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특급호텔 온수 풀과 겨울에 걷기 좋은 제주올레 5코스를 골랐다.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함께 길을 걸으며 나눈 이야기도 전한다.

글=최승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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