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드라마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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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아침 드라마 하면 무조건 불륜을 소재로 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돼요. 다양한 소재를 내보내서 시청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줘야지요. 뭐 잘된다 하면 우르르 몰려서야 되겠습니까."

MBC 아침드라마 '자매바다'를 집필하고 있는 이희우(66.사진) 작가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륜 소재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드라마마다 천편일률적 설정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이 출생의 비밀이나 4각 관계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치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6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 작가는 그동안 '옛날의 금잔디''달빛가족''딸부잣집''종점''남자의 계절''형제의 강''덕이''장길산' 등 연속극 40여 편과, '만종''돛대도 아니달고''진아의 편지' 등 영화 100여 편의 대본과 시나리오를 써왔다.

지난 8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자매바다'는 50~60년대를 배경으로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자매의 삶과 갈등을 다룬 드라마. 이 작가는 "성실한 언니(고정민 분)와 성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동생(이윤지 분), 이 두 사람의 삶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드라마의 의미를 밝혔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오전 11시까지 꼬박 9시간을 앉아 대본을 쓴다는 이 작가는 "50대 이상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은데 그보다 어린 시청자들은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자매바다'의 최근 시청률은 5~6%선. 이 작가는 "시대극이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맞게 그려지려면 좀더 고증이 잘 된 세련된 세트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가 발전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방송사가 외주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외주사는 또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간접광고 등) 무리한 짓을 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방송 드라마가 도리어 후퇴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자매바다'의 결론에 대해 이 작가는 "야망을 향해 달리던 동생이 결국 망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면서도 "우리 인생살이를 미리 설정해 놓을 수 없는 것처럼 드라마도 100% 설정해 두고 그 시놉시스 대로 끌어갈 수만은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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