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중무장…제3세계|잦은분쟁에 장삿속 강대국이 부채질 경제개발등은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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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3세계가 급격히 중무장하고 있다. 「군비경쟁」하면 흔히 미국과 소련 양대국을 연상하지만 확장속도로만 따질때 선두주자는 제3세계의 중소국가가 진짜들이다.
2차대전이 끝난후 지금까지 세계곳곳에서 터진 지역분쟁은 모두 1백35건.
대부분이 재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났다. 이런 분쟁에 휘말렸었거나 현재 끼어들어있는 나라들은 너나할것없이 무기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의가 산더미같은 외채와 엄성난 석유수입비용에 허덕이면서도 대포와 비행기와 미사일을 사들이는데는 금싸라기같은 외화를 아깝다않고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82년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가듈의 무기구입비용은 5년마다 갑절로 늘어난다. 선진공업국들의 두배 빠르기다. 미국무성 군비통제군축국의 추산으로는 80년 한햇동안 이들이 쓴돈은 모두1천3백50억달러. 전세계군비지출액의 22%였다.
무기를 사들이면 그만큼 군인들도 더 필요하다. 중공을 포함한 개발도상국가들의 군사요원(군인및 군사기술자) 총수는 75년에 1천전2백30만명이던것이 5년후인 80년엔 1천5백10만명으로 22·7%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의 나토와 바르샤바동맹국등 선진공업국의 군사요원수는 9백55만명에서 9백54만명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중 미국군이 2백11만명, 소련군은 3백70만명이다.
제3세계의 무기구입량이 크게 느는건 경제워조보다 권사원조와 무기판매를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고있는 미·소·영·불·이·서독등 「대국」과 무기수출국들의 부추김 탓도 크다.
이런 정책이 빚은 결과를 몇가지 들어본다.
▲32개 나라에선 교육예산과 국민보건예산을 합친것보다 군사비가 훨씬 많다.
▲소련의 고객인 리비아의 무기비축량은 어떤 부문에선 아프리카 최강국인 이집트를 능가한다. 한 예로 병력은 불과 5만명남짓한데 탱크는 2천9백대나 된다.
이에 비해 병력이 리비아의 6배가 넘는 이집트의 탱크댓수는 2천1백대뿐이다. 이처럼 쌓아놓기에만 급급하다보니까 무기관리상태는 엉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역시 소련의 집중지원을 받고있는 시리아는 80년 한햇동안 21억7천만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입 세계1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나라들도 다를바없다.
대륙별로 볼때는 아프리카의 군비확장 속도가 가장앞선다. 미군축국 통계로는 71년 5억달러이던 아프리카국가들의 무기구입액은 80년엔 45억달러로 9배가 됐다. 연33%의 증가율이다.
70년대에 무기거래액이 급증한 요인으로는 오일달러로 부자가된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들 특히 중동나라들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해 군사력강화에 부지런히 투자한점도 들수있다. 그러나 제3세계가 「보다 센군대」를 바라는 까닭은 이외에도 여럿 있다.
그 하나는 「국가위신」이다. 작은 나라라도 현대화된 군을 가져 자체방위력을 길러야 큰 나라에 아쉬운 소리 안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보다 긴박한 이유로는 지역분쟁을 들수 있다. 중미에선 엘살바도르·니카라과등이 내전에 휘말려 있고 이란·이라크·이디오피아·수단·소말리아·리비아·차드·이집트·이스라엘·레바논·태국·베트남·캄푸체아등이 모두 크고 작은 분쟁에 끼어들어 있다.
특히 3년째 끌고 있는 이란-이라크전쟁은 강대국관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면서 미·소의 최신예무기들을 동원해 싸우고었는 첫 국지전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요인들에 무기수출국들의 장삿속까지 가세하면 무기거래액이 천장모르고 치솟는 것은 당연하다.
선진국들, 특히 유럽나라들은 개발도상국에의 무기수출을 경제불황타개의 한방편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고있다. 게다가 근년들어선 이스라엘과 브라질도 주요무기 수출국대열에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제3세계가 모조리 대포에 취한것은 아니다. 스리랑카의 경우 군비보다는 사회개발을 우선으로 추진해 군사비는 GNP의 0·75%밖에 안된다(시리아는 22·5%). 격렬한 싸움터가 바로 이웃에 있는 코스타리카는 아직 상비군이 없다. 이 나라도 요즘들어선 미국등 몇몇 나라들의 권고에 따라 지원제 군대를 만들까 고려중이다.
이처럼 지나친 군비증강바람때문에 그렇잖아도 신통찮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상태는 좀처럼 나아질줄을 모른다. 사회개발과 복지정책에 쓸 돈도 남아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풍조가 제3세계의 정치·경제구조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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