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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상품, 멀잖아 서방장악"|프랑스기자「잠입 르포」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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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방선진공업국에서 첨단기술을 빼내는 스파이행위로 소련외교관·기자·심사원들의 추방사태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소련의 산업기술이 서기2000년엔 일본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프랑스전국경제인연합회(CNPF)가 발행하는 주간지『새로운 공장』의「마르크·샤브뢰이」기자는 최근 소련의 첨단산업시설을 몰래 돌아본 후「잠입르포」를 썼다. 이 취재를 위해 그는 입국을 방해하려는 파리주재 소련대사관과 지난2년 동안 고양이와 생쥐놀음 같은 숨바꼭질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사에서 소련의 기술능력은 결코 낙후되지 않았으며 얼마안가 소련의 생산공장들은 모든 상품의 국내수요를 충당하고 남을 정도로 생산증대를 이룩해 앞으로 몇 년 안에 싼값의 상품들로 서방시장을 장악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가 말하는 소련산업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민스크에 있는 전자산업체 보르초니키체는 IBM사를 연상케 한다.
모든 제작공정이 자동화된 일관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소련이 직접 개발한 ES1022컴퓨터는 경쟁상대인 서방측회사들의 생산비보다 절반이하의 싼값으로 제작되고있다.
이같은 컴퓨터시스팀은 몇몇 전략산업 뿐 아니라 모든 생산업체에 골고루 도입돼있다. 많은 공장들이 서방의 생산공장들을 능가하는 생산관리용 정보시스팀을 갖추고있어 공정을 서방측보다 훨씬더 단축시키고있다.
원자력발전만 해도 주민들이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괄목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은 또 고도 기술분야에서 쓸데없는 멋이나 재주는 부리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개발할 뿐이다.
우주개발부문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경우 무중력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볼펜을 개발하는데 만도 l백만달러 이상을 소비했지만 소련우주비행사들은 보통 사용하는 연필을 갖고 우주선에 오른다.
「레이건」미국대통령이 취한 대소금수조치는 역설적이지만 소련자체의 기술개발에 큰 도움을 주었다. 대소기술금수조치는 그들에게 제공이 거부된 기술을 자체 개발토록 강요한 결과가 되어 소련보다는 오히려 서방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일류신86 항공기도 예외가 아니다. 소련은 벌집모양의 동체건설기술을 새로 개발해 다른 어떤 항공기보다도 가볍고 단단한 비행기를 제작할 수 있게됐다.
이같은 자체기술개발을 통해 소련은 멀지않아 경쟁상대국들이 엄두도 못낼 엄청난 헐값으로 각종 상품을 세계시장에 쏟아 놓을 기세로 있다.
한달에 한대꼴로 생산되고있는 일류신86비행기는 같은 규모의 서방측 항공기생산원가의절반값에 나오고있다.
어째서 그렇게 저렴한 가격의 생산이 가능한가는 자명하다. 서방국가들보다 싼임금 때문이다.【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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