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좋은 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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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딘지 다르다 했었다. 팍팍하고, 텁텁한 맛이 옛날의 그 맛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두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도 알 만하다.
워낙 담담한 것이 두부맛이라지만, 맛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최근 보사부와 농수산부가 바로 그 두부에 제맛을 내게 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이제까지 서울과 부산의 두부는 콩깻묵을 30%이상 섞어야 하는 의무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서울과 부산시민이 먹어온 두부는 그러니까 콩깻묵 두부였던 셈이다.
콩은 흔히 「밭의 고기」라고 한다. 그만큼 단백질과 지방이 풍성한 식품이다. 농작물 중에서 콩을 따라갈 영양식품이 없다. 게다가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도 육류의 동물성 단백질과 비슷하다.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비명을 지르는 관계당국이 무슨 영문으로 이「밭의 고기」는 그처렴 박대(박대) 했었는지 모를 일이다. 콩깻묵믈 가축사료로 쓰고도 남았던 모양인가―.
콩(대두)은 영양가가 높은 줄은 알지만 소화에 문제가 있다. 날콩(생두)은 사람의 위로는 거의 소화시킬 수 없다. 볶은 콩은 60%, 찐 콩도 70% 밖엔 소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부는 그게 아니다. 단백질의 소화흡수율이 95%나 된다. 영양학적으로는 그럴 수 없이 합리적인 식품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러시아군이 두부를 만들어 먹을 줄 알았으면 1904년 노일전쟁에서 일본을 이길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군이 여순을 함락하고 보니 러시아 병사들은 괴혈병(괴혈병)에 걸려 전의를 잃고 있었다.
그때 여순지역의 창고엔 만주대두가 산더미로 쌓여 있었다고 한다. 콩을 제대로 먹는 생활의 지혜만 알았던들 러시아는 패전국의 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두부의 역사는 꽤나 길어 전한의 회남왕이 발명했다는 전설이 있다. 유방의 시대니 2천년도 넘었다. 그러나 「두부」라는 말은 송초 도곡이 지은 『청리녹』에 처음 등장한다. 1천년쯤 전의 일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두부가 처음 오른 것은 한발 늦은 고려 때다. 그러나 우리도 l천년 가까이두부를 먹어온 셈이다.
그런 두부가 우리 주부들에게 외면당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때는 중금속(납,비소)이 들어 있는 석회분(칼슘)으로 두부를 빚어 악명을 떨쳤다. 그 좋은 자연식이 하루 아침에 무서운 악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요즘은 맛마저 잃어 식성을 의심했더니 바로 그것이 콩깻묵두부였다. 오히려 멀리 서양에선 두부붐이 일어나는 판국인데 우리는 그런 두부를 구박만 했다.
내년 정월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두부 제맛 찾기는 단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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