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되살아난 알카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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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인터넷에 오른 동영상은 천 번의 설교보다 위력적입니다. 자폭테러, 미군 공격, 미국인 참수 같은 장면은 테러 지원자 모집에 효과적입니다. "(에반 콜먼, 미 정부 대테러 컨설턴트)

"요즘은 비밀 지령이 담긴 쪽지 대신 CD 등을 이용해 정보가 오갑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비밀접선 장소도 수도 없이 많아졌어요. 안전한 대화 통로 때문에 테러 조직은 소수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

12일 방송되는 EBS 시사다큐멘터리 '진화하는 알카에다'(사진)에 나오는 인터뷰 내용들이다. 모두 인터넷과 테러리즘의 부적절한 동거를 우려하고 있다.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이제 전 세계인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테러만 발생하면 배후로 의심받곤 한다. 알카에다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한때 해체 위기에 놓였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소수의 폐쇄 조직에서 이슬람 혁명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연합체로 탈바꿈하며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인터넷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최근 '인터넷 테러리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테러조직들은 인터넷으로 지령을 전달하고 훈련 지침도 하달한다. 또 인질을 참수하거나 자살폭탄 공격을 할 때마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려 무슬림 청년들을 자극한다. 특히 인터넷에 친숙하며 서구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무슬림 청년들이 주 타깃이다.

문제는 이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테러 용의자의 e-메일을 감시하고, 과격 이슬람 웹사이트의 운영자들을 테러혐의로 기소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9.11 사태 직후 통과된 애국법에 기초해서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런 현실을 짚어가며 "인터넷 통제는 표면적인 해결책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 "무슬림들이 박탈감과 위기의식을 떨치도록 도와줄 때만이 인터넷 테러리즘을 견제할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마이클 슈어 전 CIA(중앙정보국) 빈 라덴 추적팀장도 같은 입장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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