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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VD' 직접 회수 나선 북한 외교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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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미국 영화 ‘인터뷰’가 제3국에서 상영되거나 불법 DVD가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 외교 공관을 활용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대북 정보당국이 전했다. 김정은(31)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그린 풍자 영화가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인 만큼 외교관까지 총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고위 정보 소식통은 21일 북한이 지난해 12월 54개 재외 공관(대사관·총영사관)에 긴급 전문을 보내 영화 ‘인터뷰’의 상영을 막고 불법 DVD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이 영화 ‘인터뷰’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침을 받은 54개 재외 공관 중에는 중국·러시아·베트남·쿠바 등 사회주의권 국가뿐 아니라 독일·영국·이탈리아·브라질 등도 포함돼 있다.

 대북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은 주재국 정부에 영화 상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협조 요청을 할 뿐 아니라 불법 DVD 유통을 현지 경찰이 적극 단속하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직접 불법 DVD를 회수하기 위해 현지의 유통 점포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얀마에선 지난 11일 김석철 미얀마 주재 북한 대사와 우민슈웨 양곤 주지사가 만난 뒤 현지 경찰이 ‘인터뷰’의 불법 복제본 압수 작업을 시작했다고 미얀마 신문 ‘더 이라와디(The Irrawaddy)’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 공관이 설치된 중국·베트남 등 대부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정보 당국자들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국 영화사인 소니 픽처스가 ‘인터뷰’ 상영을 강행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밀림의 원숭이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장세정·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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