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나와야만 외교관됩니까"|면접서 외무고시 떨어진 김만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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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교졸업생에게는 외무고시가 금단의 문일까?
고교졸업장만을 들고 5년간 각고의 노력끝에 올해 외무고등고시에 고득점으로 1, 2차 시험에 붙었으나 3차 면접시험에 낙방해 실의에 빠져있는 젊은이가 있다.
의지의 주인공은 김만선씨(30·경북의성군사곡면작승동917). 김씨는 이번 고시의 주관식(2차) 시험에서 7개과목 평균이 63·71점이란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면접시험인 3차시험에서 『대학교육을 받지않았다는 이유로 낙방했다』고 억울해했다.
김씨가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로는 자신의 2차시험성적 63·71점이 2차시험을 통과한 30명의 10%이내에 드는 점수여서 면접시험결과 낙방이 틀림없는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외무부고위관계자인 면접시험위원이 『합격하면 외국유학을 해야하는데 고교졸업 학력은 어려음이 많다. 다른방면(행정고시등)으로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미뤄 학력이 낙방이유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외무고등고시 시행방법을 규정한 공무원임용시행규칙은 1, 2차시험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3차시험은 2차시험성적 70%, 대학교수 추천성적 30%로 전형하게돼있고 교수추천성적이 없는 수험생은 2차시험성적 기준으로 추천성적을 환산하게 돼있다. 그러나 면접결과시험위원이 ▲공무원으로서의정신자세 ▲전문지식과그 응용능력 ▲의사발표의정확성과 논리성 ▲용모·예의·품행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기타 발전가능성을 평가, 어느 한의원이 한 항목에서라도 「하」로 평가하면 불합격처분을 받게돼있다.
이런 규정에 비춰볼때 2차시험성적이나 그 성적으로 환산되는 추천성적이 월등히 높은 김씨의 낙방이유는 면접결과에 있을수밖에 없다.
공무원임용시험령은 학력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고교졸업생에게도 외무고시응시자격이 부여돼있다.
『가난은 수치일수는 있어도 결코 죄가 될수는없다는것이 저의 신념이였읍니다만, 가난때문에 대학을 진학하지 못했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기때문에 외교관이 되어 보람있는 일을 하겠다는 꿈이 실현될수 없다면 이는 너무 가혹한 형벌이 아닐는지요. 저는 「키신저」같은 외교관이 되고싶었어요.』
73년 경북대사대부고를 졸업한 김씨가 논밭합쳐 겨우1천여평밖에 없는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로 군복무를 끝내고 농사일을 거들다 고시공부를 시작한 것은 78년11월.
13회부터 14, 15, 16회고시까지는 2차시험에서 0·5점 또는 1점차로 계속 낙방하다 이번에 우수한 성적으로 1, 2차를 통과했다.
이에대해 총무처는 불합격이유를 일체 공개할수없으며 학력때문인지는 아무도 알수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교졸업생에게도 수험의 길을 열어놓은 이상 등용의 기회가 주어져야하고 그렇지않다면 처음부터 학력제한을 두어 많은 지원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할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권경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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