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로 돈이 몰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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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 시장과 시장금리의 동반 상승세로 시중 자금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단기자금이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빠져 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채권형 펀드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대신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줄어들기만 하던 은행 예금도 특판 등에 힘입어 모처럼 큰 폭으로 늘어났다.

◆채권형 상품 쪼그라들고=대표적인 단기자금 운용수단인 MMF는 9월 한달 동안 11조6000억원 감소했다. SK사태가 발생한 2003년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채권형 펀드도 4조5000억원 줄었다.

채권형 상품의 수탁액이 많이 준 것은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금리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져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채권시장의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월말 연 4.16%에서 지난달 말 4.6%로 크게 뛰어올랐다.

분기말을 앞두고 기업의 법인세 납부용 환매 수요가 많았던 데다 환매 당일날이 아닌 다음날 돈을 돌려주는 MMF 익일환매제가 이 달부터 시행돼 환금성이 떨어지게 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주식형 펀드는 증시 상승에 힘입어 지난달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는 올들어 9월까지 모두 7조8000억원 늘어났다.

◆은행에는 모처럼 돈 몰려=MMF처럼 하루 단위로 맡길 수 있지만 확정 금리를 받는 은행의 MMDA는 지난달 7조6000억원 증가했다.

MMDA를 포함한 수시입출금식 예금 증가액은 10조2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의 초단기 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MMF 수익률과 별 차이가 없는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특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만기 1년 이상이 4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6개월 미만은 2조2000억원 줄었다. 지난달 은행들이 일제히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에 대한 특판에 나서면서 자금 이동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선 지난달 특판을 통해 은행에 흡수된 부동자금이 15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9월말 은행 수신 잔액은 모두 606조2000억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의 금리 상승세를 볼 때 다소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유치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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