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승인보다 교차접촉 바람직 |한반도 주변정세를 말하는 미 자고리아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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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민항기가 한국으로 납치된 사건은 국교없는 한국-중공간의 직접협상을 유도할 만큼「미묘한」상황을 부여하긴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간의 기본입장에 당장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이지요.』 통일문제 국제워크숍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중인 아시아문제전문가「도널드·자고리아」교수(미헌터대)는 국제관계란 냉엄한 현실과 상호간의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정립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본사와가진 회견내용.
― 납치된 중공민항기의 한국착륙과 관련하여 있었던 한-중공간의 접촉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는지.
▲상황자체는 참으로 절묘했지만 중공에겐 북한을 소련쪽으로 기울게 해서는 안된다는 기본 입장이 있다. 중공이 한국과의 접촉을 꺼려온 이유도 북한이란 존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비행기납치 사건때문에 한-중공이 직접 접촉을 한 것을 트집잡아 중공에 대해 모종의 「협박」을 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중공관계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는 것은 속단일 것 같다.
― 납치범 처리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보는가.
▲그것은 국제법과 한국법에 따라 한국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 미국정부는 최근 UNDP(유엔개발계획)이사회에 참석하는 3명의 북한대표에게 입국비자를 발급했다. 미국의 대북한정책에 어떤 융통성을 보인 것이라는 시사로 볼 수 있을까.
▲미국은 항상 국제회의의 문호를 개방해 놓고 있다.
솔직이 말해서 폐쇄된 북한 사회사람들을 외부세계로 나오게 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레이건」행정부가 한국의 이익에 반해서 북한에 어떤 특별대우를 하려는 「위험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
―「키신저」때 나온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간의 교차승인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가.
▲교차승인방식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발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소련과 중공에 대해 이 제의를 수락하지 말도록 대단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교차승인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보다는 오히려서로간에 학자 교류·스포츠 교류등 「교차접촉」을 강화하는 단계적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보다 현실적인 접근방법으로 생각한다.
― 최근들어 미-중공관계가 눈에 띄게 냉각된 인상이다. 양국관계의 전망은.
▲「레이건」행정부의 대만정책, 「후나」양의 허용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시기를 전후해서 중공은 대미, 대소관계에서 보다 독자적인 정책을 취하기로 결정했음을 주목해야 한다.특히 대미의존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중공의 태도가 미-중공관계에 큰 작용을 했다. 또 「레이건」행정부 고의관리들은 「카터」사람들보다 중공의 전략적 중요성을 덜 생각하는 경향을 보여 양국관계 냉각에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비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중공은 시급한 경제개발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안정되고 풍요한 중공을 원하고 있다. 양국간의 이같은 공통이해가 맞아 떨어지는한 장기적 전망은 밝다.
― 미소관계도 신경전의 연속이다. 소련의 SS-20미사일의 아시아배치설, 미국의 퍼싱, 크루즈미사일의 유럽배치문제등이 미소간의 군축회담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미소가 극한상황으로 치닫지 못하는 큰 이유가 3가지 있다. 첫째 미소 어느쪽도 대규모 군사력경쟁을 무제한 감당할 입장이 못되고, 둘째 어느쪽도 월등한 군사적우위를 확보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세째 내심으로는 어느쪽도 긴강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양국간에 진행중인 군축회담은 몇차례의 우여곡절을 거쳐 1, 2년내에 어떤 타협점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 소련의 「안드로포프」서기장이 16일 최고회의의장(국가원수)직에도 선출, 이제 명실공히 최고실력자의 위치를 굳힌 것으로 볼 수 있겠는지.
▲「브레즈네프」시절엔 비교적 소련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유지했으나 「안드로포프」는 소련경제가 하락세를 보일 때 정권을 맡게 됐다. 그런면에서 우선 「안드로포프」는 소련경제를 일으켜야만 할 큰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에겐 또 폴란드사태, 아프가니스탄사태, 동구권통제등 「소련제국」내의 갖가지 난제들을 해결해야할 임무가 주어졌다. 서유럽과의 관계, 특히 미국과의 경쟁은 「안드로포프」에게 맡겨진 또다른 숙제다.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안드로포프」는 전임자「브레즈네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여진다. <김건진외신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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