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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연말정산, 국민들 이해가 잘 되시는 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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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청와대에서였다. 정부 신년인사회(2일)와 신년기자회견(12일)에 배석한 적은 있지만 박 대통령이 장관들과 티타임을 가진 건 올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회의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시작시간에 맞춰 오전 10시에 입장했다. 하지만 이날은 일찍 나와 회의장인 세종실 입구에서 선 채로 10여 분간 환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찻잔을 들기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13월의 울화통’으로 불릴 만큼 국민의 불만이 많은 연말정산 문제가 대화 소재였다. 최 부총리는 연말정산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한 뒤 국무회의장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오늘 (기자회견) 잘 하셨나?”

 ▶최 부총리=“여러 혼란이 있었는데 설명을 잘 드렸고. 전체적으로 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소득층한테 더 걷어서 저소득층한테…, 금년 내에 약 1조4000억원 정도 더 걷어서 EITC(자영업자 근로 장려 세제) 형태로 저소득층한테 돌려주려고 하고 있다. 그 관계를 설명 드렸다.”

 ▶박 대통령=“(국민이) 이해가 잘 되시는 게 중요하죠.”

 ▶최 부총리=“적극 노력하겠다.”

 화제는 금연으로 옮아갔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최 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외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새해부터 (담배를) 끊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다. 근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하면 된다” “‘나 끊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많이 내면 차마 할 수가 없지 않으냐”고 농담을 해 참석자들을 웃겼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금단현상을 ‘개혁에 대한 저항’에 빗대 설명하면서 분위기가 순간 무거워졌다.

 박 대통령은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처음에 옷에 때가 묻었을 때는 금세 지워질 수 있는데 이게 쩔어서 비누로 빨고 해도 옷이 해질지언정 때가 잘 안 빠진다”며 “그래서 우리가 적폐를 해소한다는 건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내려버려서 힘들지만 안 할 수 없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을 하려 해도 저항도 나오게 되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느냐 등으로 난리가 나는 그런 게 일종의 금단현상”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즐기던 테니스에 빗대 “연습을 안 하고 마음으로 내가 공을 잘 받아야지 하고 가서 공을 잘 받을 수 있겠느냐”며 “사회적 제도나 인식을 바꾸는 것도 노력하고, 그 다음에 반성하고, 반복해서 하고, 이런 식으로 뇌에 그런 근력이 생기도록 확실하게 입력이 되도록 해야 행동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민경욱 대변인은 티타임에 대해 “장관들과 소통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야당, 연말정산 맹공=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당 회의에서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 흥청망청한 변학도나,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쥐어짜서 재벌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박근혜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새정치연합은 2월 임시국회에서 세액공제율을 15%에서 조금 더 올려 봉급생활자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세법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호·위문희 기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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