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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화상 어린이 돕기' 소방관 달력모델 이승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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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지난해 ‘몸짱’ 소방관 13명이 달력 모델로 나섰다. 달력을 팔아 화상 어린이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다. 소방관 달력은 미국·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볼 수 있었지만 국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제작한 달력 2500부는 날개 돋친 듯 금세 팔렸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모델 중 한 명이었던 이승연(28) 소방사를 만났다. 두꺼운 동계 근무복을 입고 있던 이 소방사는 ‘훈남’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175cm의 키에, 72kg 몸무게. 그리고 서글서글한 미소까지. 여기에 사진 촬영을 하려고 상의를 벗으니 남자가 봐도 부러운 몸매가 드러났다.

 정식 소방관 생활을 한 지 1년이 갓 넘은 그가 처음부터 이런 몸짱이었던 건 아니다. 일부러 몸매를 가꾸려 했던 건 더욱 아니다.

 계기는 따로 있다. 소방관 시험에 합격해, 2013년 6월 서초동 서울소방학교에 들어가 ‘신임자 교육’을 받을 때였다. 뜨거운 여름날, 무거운 방화복에 각종 장비까지 갖추고 화재진압훈련에 나섰다. 혹독한 훈련에 손·발이 저린 탈수 증상까지 겪었다.

 “내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데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어떻게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사람 한 명은 들쳐 업고 나올 수 있는 체력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그는 일주일에 6일은 꼭 하루 1시간~1시간30분씩 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몸매는 자연스레 만들어졌단다.

 힘든 점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정말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 힘든 점은 없다”는 교과서 같은 답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2013년 9월 제가 소방학교에 있을 때 7살 터울의 친누나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압니다. 저를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제가 구한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요.”

만난 사람=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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