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유럽으로 확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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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300km 떨어진 한 마을에서 조류 독감에 걸린 오리가 폐사하자 8일 방역 관계자들이 가금류를 살처분 했다.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독감이 터키와 루마니아에서 발생했다고 BBC가 9일 보도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터키.루마니아에서 조류독감 발생 보고가 이어지면서 유럽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터키.루마니아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는 조류독감에 대한 공조체제 구축과 백신 확보에 부산하다.

◆ 터키=CNN은 7일 에게해 연안 발리케시르주 한 마을 농장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해 칠면조 2000마리가 폐사했다고 보도했다. 메흐디 에케르 농림부 장관은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지역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다. 인근 마을 전역에 방역 처리를 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과 유사한 'H5'로 확인됐다. 터키 정부는 이 바이러스가 정확히 아시아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인지 확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우랄산맥을 넘어오는 철새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이곳으로 옮겨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루마니아=터기와 국경이 인접한 루마니아의 세 마을에서 최근 오리들이 조류독감으로 폐사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마을에서는 가금류 220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인근 다섯 마을까지 격리하는 등 비상 조치에 들어갔다. 인근 지역 농민들도 "최근 10여 마리의 가금류가 이유 없이 죽었다"고 말해 조류독감 발생 사례가 확인된 것보다 훨씬 광범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정부는 폐사한 오리들이 정확히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국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 부시 대통령 백신 생산 독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조류독감 치료제 생산업체 대표들을 만나 "백신 생산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백신을 구하기 위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가 입수한 미국 정부의 조류독감 대비 문서 '최종 계획서'는 "아시아에서 대규모 발병이 시작되면 이르면 몇 주, 늦으면 몇 달 내로 미국으로 옮겨올 수 있다. 조류독감이 미국에서 발생할 경우 190만 명까지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안은 최악의 경우 850만 명이 입원하고 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4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초안은 또 6개월 이내에 백신 생산을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레빗 보건부 장관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초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 9일자는 세계보건기구(WHO) 리처드 브라운 박사의 평가를 인용해 "한국은 조류독감에 대처할 모의실험을 하는 등 준비를 잘하고 있는 나라"라고 보도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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