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적 미스터리 칼비 은행장 의문사 마피아가 살해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982년 6월 18일 오전 7시25분. 영국 런던의 블랙프라이어 다리 아래서 목을 맨 시체가 발견됐다. 사망자는 이탈리아의 거물 은행가 로베르토 칼비(당시 62세) 암브로시아노 은행장이었다. 그는 주검으로 발견되기 8일 전 밀라노 자택에서 실종됐었다.

영국의 검시관은 몇몇 의심스러운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인을 자살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법무부와 칼비의 가족들은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몸무게가 82㎏이나 나가는 60대가 무거운 돌 다섯 개를 등에 메고 현기증 나는 비계를 올라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저서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때 마피아 보스였다가 개심한 안토니오 지우프레가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지우프레는 로마 검찰에 "'코자 노스트라'라는 마피아단의 경리 피포 칼로가 돈 세탁을 위해 칼비에게 거액을 맡겼는데, 칼비가 이 돈을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마피아가 그를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비 가족에 따르면 칼비는 런던 도착 후 두 차례 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을 구할 돈을 마련하러 왔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마 검찰청은 피포 칼로와 사업가이자 프리메이슨 단원인 플라비오 카르보니를 기소했다. 코자 노스트라와 연계된 로마 조직폭력의 대부 에르네스토 디오탈레비와 칼비 행장이 죽기 직전 런던까지 같이 갔던 그의 연인 마누엘라 클라인스치히도 출두한다. 6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재판은 다음달로 미뤄졌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