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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약선] 초를 치니 피로가 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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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식초를 조미료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약처럼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식초를 피로 해소제.건강 식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장수 지역인 버몬트주 주민은 오래전부터 사과식초 두 숟갈과 꿀 두 숟갈을 생수(한 컵)에 타 마신다. 일본에선 음식 조리시 소금(고혈압.위암 유발) 대신 식초를 쓰는 것이 유행이다.

식초 성분의 거의 90%는 물이다. 과거의 합성식초(초산만 든 식초)와는 달리 발효식초(감식초.배식초.사과식초.쌀식초.포도식초.현미식초 등)엔 2~10%의 당질과 소량의 미네랄(칼슘.철분.칼륨 등)이 녹아 있다. 여기에 초산(5~6%)과 유기산(구연산.사과산.호박산 등), 각종 생리활성물질이 섞인 것이 바로 식초다.

조미료로서의 식초는 기막힌 신맛(酸味)을 지닌다. 톡 쏘는 맛은 식욕을 돋운다. 또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해 음식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식초는 훌륭한 피로 해소제다. 이때 식초에 든 구연산이 한몫 톡톡히 한다. 몸에 쌓인 피로 물질인 젖산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식초는 식중독균 등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살균제다. 음식에 식초를 뿌리면 웬만한 병원균은 5~30분 안에 죽는다. 세균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변성시켜 죽게 하거나 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 위(胃) 안에 들어가서도 살균 작용은 계속된다. 위의 산도(酸度)를 높여 헬리코박터 등 위 건강에 해로운 세균을 죽이는 것(분당서울대병원 손정민 영양팀장).

식초는 효과적인 냄새 제거제다. 특히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데 그만이다. 고등어 등 비린내가 심한 생선을 조리하기 전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은 이래서다. 식초와 소금을 넣은 따뜻한 물로 발을 씻으면 발냄새가 사라진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기대주다. 최근 스웨덴 룬드 대학 엘린 오스트만 박사팀은 식초가 일찍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사량을 줄여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유럽임상영양학회지 2005년 9월). 건강한 사람 1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의 결론은 아침 식사(흰빵) 전에 물에 희석한 식초 두세 숟갈을 미리 먹어두면 포만감이 증가돼 일찍 숟가락을 놓게 된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식초를 '기(氣)를 안으로 모으는 식품'으로 친다. 신맛이 입안으로 침이 돌게 하며, 흩어지고 늘어진 기를 안으로 거둬들인다는 것이다(경희대 한방병원 내과 정우상 교수).

시판 중인 초산의 농도는 5~6%인데 먹기에 적당한 초산 농도는 3~4%다. 따라서 물을 약간 타서 먹는 것이 좋다. 초산의 농도가 4% 이상 되면 위벽이 헐 수 있다. 특히 선천적으로 위가 약하거나 위산과다.위염.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고농도의 식초 섭취를 삼가야 한다. 감기 초기에도 식초는 금기 식품이다. 한기를 발산시켜야 하는데 식초가 한기를 안으로 모으기 때문이다.

식초를 바로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초마늘.초콩.초계란을 만들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깐 마늘을 식초에 3주 쯤 담가두면 마늘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 초마늘이 만들어진다. 초콩을 먹으면 콩의 칼슘 성분이 체내에 더 많이 흡수된다.

식초를 피부에 직접 바르는 것은 금물이다. 피부에 화상이나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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