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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삐딱이들 "밋밋한 삶은 유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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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을 한층 경쾌하게 꾸민 영화 '69(식스티나인)'은 113분 동안 '즐거움을 뺏는 자'에 대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복수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보다 더 즐겁게 사는 것이다.

1969년, 베트남 전쟁이 계속되면서 일본에서도 각목과 헬멧으로 무장한 대학생들이 반미.반전 구호를 외쳤다. 도쿄대학은 입시를 중단했다. 몇몇 고교생도 투쟁 조직 전학공투회의에 가입한다. 그러나 나가사키 사세보북고 3학년생인 주인공 켄(츠마부키 사토시)의 시각은 조금 삐딱하다. 그들은 기껏해야 지독하게 못생긴 여학생을 사귈 생각으로 조직에 가입한 열등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는 켄도 학교를 바리케이드 봉쇄하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말만 앞서지 실천력이 떨어지는 켄의 옆에는 추진력이 뛰어난 단짝 아다마(안다 마사노부)가 있다.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을 모아 학교에 침투한 그들은 대형 현수막을 내건다. 구호는 '반미 반전'이 아니라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안도 마사노부는 '사토라레','배틀로얄' 등으로 얼굴을 알린 일본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의 톡톡 튀는 영상 화법, 일본의 남성 듀오 케미스트리의 신나는 음악이 관객을 유쾌하게 한다. 사소한 것까지 규제하는 학교 권력에 대한 반항심은 69년이 아닌 99년에 학생이었던 이에게도 통할 것 같다. 영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제목이 풍기는 야릇한 느낌도 기꺼이 즐기길. 영화가 이야기하듯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니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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