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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천년고찰 대견사, 전기버스로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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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청의 시험용 전기 셔틀버스가 비슬산 중턱을 오르고 있다. 해발 1000m의 대견사까지 5.8㎞를 시속 10~15㎞로 운행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윙”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차량이 움직였다. 묵직한 느낌이 대형 승용차를 탄 것과 비슷했다. 급경사 구간도 거뜬히 올랐다. 경사 구간에서 잠시 정차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뒤로 밀리지 않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을 달리는 탓에 다소 덜컹거리는 게 흠이었다. 영남대 황평(기계공학) 교수는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시험운행 중인 전기 셔틀버스를 타고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해발 1084m) 정상에 올랐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출발해 해발 1000m에 있는 사찰인 대견사까지 5.8㎞를 가는 데 30분이 걸렸다. 관광용인 데다 안전을 고려해 운행시간을 30분으로 설정했다. 운행 코스는 기존에 나 있는 산림관리용 도로를 이용한다.

 비슬산에 관광용 전기 셔틀버스가 등장했다. 달성군청은 전기차량 제작 전문업체가 만든 셔틀버스를 지난해 말부터 시험운행하고 있다. 전기 차량이 해발 1000m 산을 운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달성군은 제작업체와 매일 두 차례 운행하며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급경사에서 힘이 떨어지는지, 차량이 갑자기 정차할 경우에도 안전한지 등이 대상이다. 차량 컴퓨터 제어장치 과부하로 열이 발생했지만 기어의 회전속도 등을 조절해 해결했다. 최상진 달성군 정책사업단장은 “다른 문제가 없으면 오는 3월 개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량은 하루 6차례 왕복 운행할 예정이다. 요금은 편도 5000원이다.

 셔틀버스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21명이 탈 수 있다. 길이 6m, 폭 2m, 높이 2.2m에 무게는 2t이다. 운전석 외에 4명씩 앉을 수 있는 의자 5개가 설치돼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지만 실제 운행속도는 시속 10∼15㎞다.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 차량이란 점에서 외형을 반딧불이 형태로 만들었다. 가격은 한 대당 7600만원이며 3대를 구입했다. 차량 제작사 안기환 대표는 “경사도가 최고 16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가속기를 밟으면 진행하고 떼면 서도록 만들었다”며 “안전을 위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전기차량 도입은 대견사 중창(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 새로 지음)이 계기가 됐다. 복원한 신라시대 고찰을 많은 이가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대견사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이 주지를 지낸 사찰이다. 일제 강점기 때 “대견사가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이유로 강제 폐사됐다. 정상에는 진달래 군락지와 큰 바위가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형태로 늘어선 암괴류(천연기념물 제435호)도 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달성군은 한때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했다. 하지만 건설비가 300억원이 넘고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군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전기차량 운행을 결정했다. 단점도 있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운행하기 어렵다. 급경사 구간이 6곳이나 돼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무엇보다 관광객의 안전을 우선하겠다”며 “비슬산을 친환경 관광의 대명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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