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은행·증권 칸막이 없앴더니…고객 관리자산 3년 새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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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등 기관투자가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신한BNPP 일본태양광펀드’ 투자계약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신한은행]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복합점포 도입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7월에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방안의 후속조치였다. 은행·증권간 칸막이를 제거해 복합점포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발표와 함께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복합 금융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CIB/PWM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 2012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되고 금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공통 사업부문 간의 협업을 통해 선진 금융기법을 펼칠 수 있는 체계인 CIB사업부문과 PWM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이 협업 모델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는 일반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 개념이며, PWM은 PB특화 공동점포를 말한다.

신한은행의 PWM센터 관리자산은 2011년 말 11조8000억원에서 2014년 10월 말 22조10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초고자산가 고객 수는 7130명으로 3년 동안 34% 증가했다.

CIB부문 역시 2013년 말 기준으로 출범 전에 비해 딜(deal)의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지고, 이익은 4배 이상 확대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 단순 회사채 관련 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자산유동화 등 비회사채 분야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신한CIB는 양사의 고객분류체계를 통합적 관점으로 전환해 기업의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니즈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도록 양사 기업금융 담당자(RM: Relationship Manager)가 함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RM들이 공동영업을 통해 기업의 니즈를 파악하는 Duo RM제도, 양사의 상품과 서비스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PM(Product Manager)협의체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결성한 ‘시니어론펀드’와 ‘일본태양광펀드’에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로 참여했다. 시니어론펀드는 사모부채펀드(PDF)로 국내에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투자자 모집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신한은행이 인수금융 분야에서 쌓아온 시장 지위와 역량을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모집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본태양광펀드 역시 펀드 설립을 통해 한국 기업들에게 일본 태양광시장 동반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국내 민간 금융그룹 최초로 해외사업에 대해 ‘지분(Equity)+후순위 대출’ 외에 선순위 대출도 지원 가능한 종합금융서비스(Package Financing)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관심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수 운용사를 선별해 출자함으로써 운용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인수금융 주선 기회를 확보하는 등 CIB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해외 PEF에 대한 출자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중국 Pre-IPO시장을 겨냥해 불캐피탈파트너스(Bull Capital Partners)가 운용하는 페레그린 펀드에 2000만 달러를 출자해 현재까지 중간 배당만으로 투자원금 이상을 회수했다”면서 “해외 펀드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PWM 역시 글로벌 선진 PB 수준의 운영체계를 국내 금융환경에 맞춰 개발한 독자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신한PWM의 핵심적 경쟁력은 은행/증권 복합점포 모델 외에도 IPS본부라는 막강한 조직에서 비롯된다. IPS본부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상품·자문·PB교육·포트폴리오 전문가 130여명으로 구성된 그룹 통합조직이다. 신한PWM은 최우선 미션을 ‘고객 수익률 제고’로 정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른 경쟁사들이 투자상품 판매라는 외형 증대에 집중하더라도 우리는 PB사업 본연의 역할인 ‘고객 자산 키우기’에 충실하자”는 서진원 행장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김승수 객원기자 sngski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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