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칼 뽑았다 … 고급술 전쟁터 된 파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정용진(47·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수제 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열었다. 길게는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서울 반포 일대 명소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다음달 고급 주류 백화점 사업에도 진출한다. 주류 비즈니스에 대한 정 부회장의 각별한 관심이 착착 사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는 다음달 12일 경기도 파주 신세계사이먼아울렛에 132㎡(40평) 규모의 고급 주류 백화점 ‘와인앤모어’ 1호점을 개장한다. 신세계사이먼의 다른 매장인 여주점에는 확장공사가 끝나는 3월에 맞춰 198㎡(60평) 규모의 2호점을 낸다.

 와인앤모어는 이름 그대로 와인과 관련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고급 주류 백화점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와인과 소주를 각각 다른 코너에서 사야 한다”며 “술에 대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하는 주류 백화점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와인과는 구색을 다르게 해 고급 와인 위주로 차별화한다.

 신세계L&B가 고급 주류 백화점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와인업계 1위인 금양인터내셔날이 경쟁 아웃렛인 파주 롯데몰에 66㎡(20평) 규모의 와인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자극이 됐다. 수익이 꽤 짭짤한 편이다. 금양은 지난해 말 동부산 롯데몰에도 132㎡(40평) 크기의 와인숍을 별도로 냈다.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L&B가 지나치게 내부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주류 백화점 사업 진출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간 신세계L&B는 연 30% 이상의 고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345억원이다. 하지만 그중 91%인 314억원가량이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내부 거래로 인한 매출액이다.

 ‘G7 후광효과’를 탈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2009년 이마트와 신세계L&B가 공동 출시한 G7 와인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등 오너 일가가 가족 식사 자리에서 마신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정용진 와인’으로 이름이 났다. 하지만 낮은 가격(6900원) 때문에 ‘6900원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급화 카드로 주류 백화점 사업이 선택된 것이다.

 와인앤모어에서는 와인뿐만 아니라 전통주 판매도 강화한다. 신세계L&B 측은 “최소 100가지 이상의 지역 전통주를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확인된 전통주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본점에 전통주 전문매장 ‘우리술방’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홍성민 주임은 “기존 식품관 등에서 전통주를 판매할 때에 비해 월 매출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아울렛과 주류사업의 융합은 정용진 부회장의 사업 및 개인적 취향과 관련이 있다. 정 부회장은 와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2010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 와인 ‘그랑 포르트 뒤 쉬드(Grande Porte du Sud)’ 라벨에서 숭례문을 발견해 깜짝 놀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사업 현황을 챙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의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 같은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밝히며 쇼핑과 식사, 레저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 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