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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치료에 도움 주는 비타민 D … 부족하면 임신부 조산 확률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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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산시 동래구에 사는 공청(82) 할머니는 몇 주째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 날씨 속에 마실이라도 나갔다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음지에 얼어 있는 곳을 지나다 넘어지면 무릎 관절을 다칠까 걱정도 한다.

 노약자들에게 겨울철은 반갑지 않다. 주로 집 안에 머무르다 보니 햇볕을 쬘 일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비타민 D를 섭취할 기회도 줄어든다. 비타민 D는 주로 햇빛의 자외선과 식품을 통해 얻기 때문이다.

 비타민 D는 골격 형성에 필요한 칼슘을 체내로 흡수시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뼈를 만드는 재료이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셈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효능이 국내외 학계에서 보고됐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연구팀은 비타민 D가 대장암 환자들의 항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논문을 12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 환자 1043명을 조사한 결과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가장 높은 환자군이 가장 낮은 군에 비해 평균 8개월 정도 더 생존하고, 암 세포가 자라지 않는 기간이 2개월 이상 길다는 점을 확인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8일 비타민 D가 부족한 임신부가 조산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임신부의 1.5배라고 밝혔다. 과체중이나 흡연뿐만 아니라 비타민도 출산 시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대 연구팀도 비타민 D가 부족한 여성은 자궁 근육이 약해져 제왕절개 분만율이 두 배라는 사실을 2009년 발표하기도 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절 발생률이 높아지고 심장병·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병의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800~1000IU(International Unit·국제기준). 이를 채우기 위해선 연어와 정어리, 우유와 계란 등 비타민 D가 함유된 음식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달걀 30개, 우유 1200ml나 먹어야 권장량을 겨우 채울 정도다. 대부분의 식품은 비타민 D 함량이 적다. 이보다 평상시 햇볕을 쬐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에는 20~30분만 노출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겨울엔 자외선이 부족하고 외출을 덜해 햇빛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전문가들은 비타민제나 칼슘제를 대신 섭취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비타민 D를 무작정 많이 섭취하는 것도 몸에 해롭다. 비타민 D를 많이 복용하면 신장과 심혈관에 부담을 준다. 식욕 부진, 두통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시작해 신장 결석과 동맥경화 등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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